[대표팀]따로 노는 수비… 속공에 속수무책

  • 입력 2003년 11월 19일 01시 29분


역시 수비 라인이 문제였다.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이 처음 들고 나온 스리백 시스템도 불가리아의 빠른 공격수에 번번이 뚫렸다.

홍명보에 이어 ‘리베로’가 된 중앙수비수 유상철은 수비와 미드필드를 오가며 조율했지만 양쪽 백의 움직임이 서툴렀다. 지난해 월드컵 때 수비 라인을 지켰다가 이번에 부상 등으로 빠진 김태영 최진철의 구멍이 컸다.

쿠엘류 감독도 경기 후 스리백의 호흡이 맞지 않은 것을 인정했다. 쿠엘류 감독은 “이번 경기에 처음으로 발을 맞춘 수비수 3명의 호흡이 잘 맞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면서도 “양쪽 백인 박재홍과 이상헌이 너무 뒤로만 치우쳤다. 공격에 가담할 땐 전방으로 나가고 수비할 땐 물러서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세종대 교수)은 “15차례나 슈팅을 날리고도 한 골도 넣지 못한 공격 라인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수비였다. 수비 라인은 조직력이 흐트러져 많은 실점 위기를 노출했다. 수비 조직력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리백의 중앙에 섰던 주장 유상철도 “조직력 연습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불가리아의 단 한번의 전진 패스로 중앙수비가 뚫린 것은 수비의 유기적인 협력체제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증거. 결국 시간이 문제라는 얘기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양팀 감독의 말▼

▽움베르토 쿠엘류 한국 감독=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는데 골이 터지지 않아 아쉽다. 패하긴 했지만 만족할 만한 경기였다.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적었지만 조직력이 잘 맞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투지 넘치게 뛰었다. 시간을 가지고 조직력을 다듬고 골 결정력을 키운다면 다음부턴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비선수들이 스피드가 없어 공간을 많이 허용한 게 아쉽다.

▽플라멘 마르코프 불가리아 감독=유익한 경기였다. 우리가 전반에 공격을 주도해 다행히 골을 잡아내 이겼다. 주전들이 많이 빠져 후반부터는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과 스피드 넘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우리가 운이 좋이 이기기는 했지만 한국이 지난해 월드컵축구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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