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김동성(23·동두천시청)이 빙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자신의 금메달을 채갔던 아폴로 안톤 오노(21·미국)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오노는 이달 말 전북 전주시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월드컵 3차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오노의 한국행은 지금 국내와 미국 네티즌들이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을 만큼 핫이슈.
4월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연예계에 데뷔했던 김동성은 ‘2006 토리노올림픽’을 목표로 최근 빙판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중순부터 옛 스승인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전 국가대표 감독)의 지도 아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2006년 올림픽 꿈을 버릴 수 없었어요. 올해는 안 되더라도 꼭 대표팀에 다시 합류해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방송일정도 대부분 정리했다. “입산수도한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전 교수의 지시에 따라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작정이다.
오노가 전주 대회에 나온다는 뉴스는 새로운 자극제가 됐다. 18일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만난 김동성은 “처음엔 오노가 와서 돌이나 맞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오노를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동계올림픽 때는 정말 미웠어요. 금메달을 뺏긴 뒤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며칠을 누워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더라고요. 오노가 전주 대회에서는 깨끗한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노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굳이 짬을 내 전주까지 내려가 함께 별미 비빔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그래서일 게다.
김동성과 오노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교생이었던 오노는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고 미국대표팀에서도 별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국제대회에서 세계 최강 한국팀을 만나면 인사도 잘하고 전 감독과 김동성에게 스케이트 타는 것에 대해서도 배웠다.
“2001년 캐나다 월드컵에서부터 오노가 1, 2위를 하면서 유명선수가 됐어요. 나도 여러 번 졌습니다. 그때부터는 인사도 안 하더라고요.”
이젠 서로 위치가 바뀌었다. 오노는 여전히 세계정상급 선수지만 김동성은 새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 전주에서의 만남은 어쩌면 김동성의 ‘선전포고’ 자리일지도 모른다.
“지난 1년반 동안 하고 싶었던 일 실컷 해봤어요. 방송일은 재밌었어요. 이제 다시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뛰겠습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꾸준히 훈련하면 2006년 동계올림픽에서는 충분히 오노를 꺾을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오노는 18일 US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전주 월드컵에 출전하려면 신변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와 관련해 ‘대한빙상연맹이 오노의 출전을 원하고 있으며 미국 빙상관계자들과 안전 문제를 둘러싼 세부안을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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