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선 채 손만 내밀어도 림이 잡힐 듯했다. 까치발만으로도 가능한 덩크슛은 식은 죽 먹기. 2m23으로 한국 농구 최장신인 하승진(18)의 높이는 성인무대에서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20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연세대와 성균관대의 우리은행배 농구대잔치 남자부 경기. 내년 2월 삼일상고 졸업을 앞두고 연세대 신입생 자격으로 출전한 하승진이 설레는 마음으로 성인 농구코트 데뷔전을 치렀다.
‘베스트5’로 나섰으나 3쿼터까지 15분33초를 뛰며 무득점에 그친 하승진의 위력은 4쿼터 들어 불을 뿜었다. 림을 부러뜨릴 기세로 투핸드 덩크슛 2개를 잇달아 터뜨린 데 이어 턴어라운드 훅슛으로 연속 6점을 뽑아낸 것. 4쿼터 종료 5분28초 전에는 가볍게 레이업슛을 넣어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데뷔전 성적은 20분24초 출전에 8점, 8리바운드, 2블록슛.
이날 오전 대학 합격 통보를 받고 신이 난 하승진은 팀에 합류한 지 겨우 열흘 남짓이어서 경기 초반 팀워크를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 또 첫 경기라는 부담 때문인지 골밑에서 트래블링, 3초룰 위반 같은 턴오버를 자주 하는 등 몸놀림이 무거웠다.
국가대표 출신인 연세대 방성윤은 “승진이가 와서 플레이하는 게 편해졌다. 대충 볼을 넣어주어도 다 받아내고 슈팅할 때 설사 안 들어가더라도 리바운드를 해주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편하게 슛을 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남기 감독 역시 “첫 경기치고는 잘했다. 전반전에는 고교 때와 다른 거친 신체접촉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지만 점차 코트 적응력이 나아졌다. 본인이 더 뛰기를 원할 만큼 의욕을 보였다”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자신보다 25cm나 더 큰 하승진을 막느라 애를 먹은 성균관대 이정호는 “키가 너무 커 더블팀을 걸어도 소용없기 때문에 최대한 밀착마크를 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 경기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연세대는 하승진의 골밑 장악과 함께 방성윤(12점)을 비롯해 출전선수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하며 성균관대를 94-66으로 크게 눌렀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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