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숙과 다름없던 사보이호텔에서 시내 중심의 판 아메리카노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시설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숙소에 쌓아놓았던 짐들을 호텔 지하 창고에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 항공화물로 부친 짐들이 오면 창고에서 분류작업하기에도 편하다.
점심식사를 남미 특유의 햄버거로 해결했다. 고기를 갈아 만든 일명 패티 대신 여기에선 얇게 편 소고기를 햄버거 하나에 2개씩 불판에 구어 빵 속에 넣어준다. 여기에 토마토 슬라이스, 완두콩을 으깨 마치 머쉬드 포테이토처럼 만든 것(이름은 잘 모르겟다)도 속에 넣어준다. 아주 푸짐하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4000원 정도. 반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
오후에는 마젤란 펭귄 투어에 나섰다. 기자가 남극에 간다니까 회사 동료들이 "그렇지 않아도 '펭균과 체구'인데 동족을 만날 수 있으니 참 좋겠다"고 놀렸던 생각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어떤 동료는 '이산가족 해후'라고 놀리기도 했었다. "허허, 내 원 참…"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50㎞를 비포장도로로 달리니 펭귄보호구역인 '펭귄 세노 오트웨이'가 나온다. 2㎞ 정도 펼쳐진 해안가에 8000여 마리의 펭귄이 살고 있다. 펭귄 버스투어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1만6000원. 공원입장료 5000원은 별도다. 이곳 펭귄은 특이하게 해안가 둥지가 아닌 풀밭을 건너 땅굴을 파고 산다. 산란기에만 땅굴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어찌됐든 펭귄이 풀밭을 거니는 모습을 보니 영 낯설다. 게다가 스컹크도 이곳에 많은데 펭귄과 스컹크가 함께 있는 모습이 갓 쓰고 자전가 타고 가는 것처럼 뭐가 안 어울린다.
마젤란펭귄은 9종의 펭귄 가운데 남극이나 남극권 언저리에 사는 2종류 중 하나. 마젤란펭귄 이외의 또 다른 종은 훔볼트펭귄으로 페루와 칠레 북쪽 해안가에 살고 있다.
세노 오트웨이로 가는 기나긴 평야는 목초지대와 사막지역이 번갈아 나타난다. 목초가 있는 지역에선 소와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고 군데군데 '조로 칠라'라고 불리는 여우들이 눈에 띈다. 남미 타조인 난두도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다. 난두의 알은 엷은 분홍색. 난두 수컷 한 마리는 7마리의 암컷을 이끌고 다닌다고 한다.
저녁엔 푼타아레나스에서 가장 고급 식당이라는 소티토스 레스토랑엘 갔다. 스테이크 하나에 7200원, 쇼비뇽 붉은 포도주가 8600원 정도로 비교적 싸다. 남미 최남단에 위치한 이 곳은 물류비용이 많이 들어 물가가 비싼 도시로 유명하지만 음식 값은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싸다.
장어 튀김과 구이(7200원)도 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전복도 어른 주먹 만하게 탐스럽다. 칠레가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남북 4300㎞ 동서 180㎞)라서 그런지 수산 자원은 정말 풍부하고 값도 싸다.
'칠레산 홍어'가 왜 그렇게 한국에 많이 들어오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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