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이 궁해질 수밖에 없다. 기자가 선호하는 팀이 있다는 것은 기사작성 때 선입견이 들어간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도 사람인 것을 어쩌랴. 부산 출신이면 대개 그렇듯 기자도 한때 롯데 자이언츠의 열성 팬이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도 구덕야구장을 자주 찾았고 TV 중계가 없을 때면 라디오를 옆에 끼고 살았다.
나중에 기자가 된 뒤에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고향 팀에 대한 남다른 애증은 그대로 남았다. 애증이라 함은 사랑도 있었지만 투자에 인색한 롯데 구단에 대한 미움이 혼재했다는 뜻이다.
이런 롯데가 올 겨울 모처럼 돈 보따리를 활짝 푸는 모습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40대 초반의 양상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데 이어 며칠 전에는 자유계약선수인 정수근과 이상목을 영입하면서 하루에 60억원이 넘는 과감한 베팅을 했다.
투자 대비 효과와 기존 선수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따지면 약간의 의문이 있기도 한 게 사실. 그러나 롯데의 변화는 식어버린 ‘구도(球都)’ 부산의 야구열기를 다시 불러일으키는데 단단히 한몫했다는 평가다.
양상문 감독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내년에는 성적에 관계없이 다시 야구장을 찾겠다는 격려의 말을 건넨다”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3년 연속 꼴찌를 도맡아 하면서 텅 빈 사직야구장을 외롭게 지켰던 롯데로선 성적과 관중의 두 마리 토끼 중 최소한 절반의 성공은 예약한 셈.
롯데의 변화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신 타이거스의 18년만의 우승이 일본 경제를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였다면 서울보다 앞서 100만 관중시대를 열었던 ‘구도’ 부산의 부활은 위기에 빠진 국내 프로야구의 사활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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