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현장에서]낯 뜨거운 16강행

  • 입력 2003년 12월 7일 18시 11분


‘한국이 경기를 불명예스럽게 만들었다.’

7일자 아랍에미리트(UAE) 현지 신문인 ‘걸프 뉴스’는 6일 열린 2003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마지막 경기 한국-미국전에 대해 ‘한국이 경기를 망쳤다’라고 혹평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지고 있으면서도 후반에 하프라인도 넘지 않고 볼을 돌리며 팬을 우롱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경기초반 연거푸 페널티킥으로 골을 내줘 0-2로 뒤진 한국은 후반 공격 의사가 없는 듯 수비수들이 볼을 계속 돌렸다. 미국에 3골차 이상으로만 패하지 않으면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 박성화 감독은 “초반에 어이없이 실점해 어쩔 수 없었다. 일단 16강에 오르는 게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16강에는 올랐지만 ‘월드컵 4강의 자존심’은 날아가 버렸다. 한국을 응원했던 UAE 축구 팬들은 한국에 야유를 퍼부으며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나가버렸다. 아부다비 TV의 압델 카데르 기자는 “한국축구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느냐. 이래서야 월드컵 4강국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실망을 금치 못했다.

한국 응원단은 말없이 스탠드를 지켰다. 한국에서 날아온 ‘붉은 악마’ 유영운 응원팀장은 “어떻게 응원 구호를 외쳐야할지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최종 조별예선을 같은 시간에 치르지 않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선 모든 최종전을 같은 시간에 치러야 한다.

한국은 16강 진출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전에서 보여준 명예롭지 못한 모습은 8강, 또는 4강에 오르더라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아부다비=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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