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 스포츠신문의 시상식 자리. 올 겨울 들어 평균 연령이 10살은 젊어졌을 감독 테이블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스승 뻘인 삼성 김응룡 감독이 불참해 이날 맏형은 현대 김재박 감독. 내년이면 50줄에 들어서지만 아직은 40대인 김 감독은 그러나 워낙에 말을 아끼는 편. 따라서 이날 자리를 이끄는 사실상의 좌장은 입심 좋기로 소문난 한화 유승안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도 이제 막 데뷔 첫 해를 보낸 감독 초년병. 그러다 보니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로 체면 차리고 말을 가렸던 감독 테이블은 호형호제하며 격식 없이 지내던 현역 시절로 돌아간 듯 시끌벅적했다.
마침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펠릭스 호세의 규제가 풀려 롯데의 내년 전력 급상승이 화두로 떠오르자 LG 이순철 감독은 “워매, 쪼까 무섭구마”를 연발. 그러자 롯데 양상문 감독은 “느그는 감독이 취임 인터뷰에서 1등 한다고 핸 팀 아이가”로 응수.
이때 느닷없이 유 감독이 “롯데가 문동환을 내놓는 바람에 고민 좀 했지”라며 일급기밀을 누설했다. 원래 상대 팀이라도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선수는 비공개가 철칙. 그러나 이는 알고 보니 고도의 계산된 전략. 한화는 롯데로 간 자유계약선수 이상목의 보상선수로 전날 젊은 내야수 신종길을 지명한 상태였지만 유 감독은 이 자리에서 문동환에 대한 공개 구애를 한 것. 결국 유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은 즉석에서 두산이 정수근의 보상선수로 문동환을 받은 뒤 한화 채상병과 다시 맞바꾸는 3각 트레이드를 일사천리로 성사시켰다.
이는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던 일. 그만큼 세상이 바뀌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시종 화기애애한 감독 테이블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프로야구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다. 올 겨울 각 팀은 너도나도 40대 사령탑을 맞이하는 대변신을 시도했지만 내년 이맘때면 한쪽에선 샴페인을 터뜨리는 반면 누군가는 도태되는 약육강식의 악순환이 어김없이 적용될 게 분명하다. 결국 세대교체는 시대의 요청이긴 해도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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