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고보니 가수 성시경의 노래 ‘넌 감동이었어’를 패러디한 것.
요즘 이른바 ‘1초의 미학’으로 농구 팬을 감동시키고 있는 그에게 꼭 맞는 대화명이 아닐 수 없다. 주전이건 아니건 코트에 나갔다가 1초 만에 벤치로 다시 돌아온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죄 없는 타월이나 내던질 게 뻔하다.
하지만 18일 창원 오리온스전에서 1초를 뛴 강동희의 얼굴 어디에서도 기분 상한 모습을 읽을 수 없었다. 그는 감독의 지시대로 특정 선수에게 볼을 연결했다. 100% 임무 완수다. 최근 LG의 무서운 상승세는 묵묵히 자기를 희생하며 팀의 맏형 노릇을 하는 강동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게다.
사실 올 시즌 들어 강동희의 출전 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다. 1분 이내 출장이 빈번하다. 그에게 혹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그렇지 다른 일은 없어요. 그날의 출전 시간은 경기 전 감독님과 1분을 뛸지 1초를 뛸지 의논합니다.” 그래도 너무 출전 시간이 짧아 기분 나쁘지 않으냐는 질문엔 손사래와 함께 너털웃음을 웃는다. 이제 ‘도사의 경지’로 들어가려나 보다.
그래도 1억8000만원의 연봉치고는 역할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니냐고 하는 이도 있다. 그에게 강동희를 대신해 이런 얘기를 해줬다. “지금 프로야구 코치를 하는 한대화씨가 LG로 트레이드된 뒤 성적이 신통치 않자 한물 간 고액 연봉자를 잘못 데려온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그러나 구단 책임자는 ‘타율은 신통치 않지만 후배 선수들은 그에게서 강인한 근성과 자기 관리를 배우고 있다. 현재 그는 연봉 이상의 몫을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간혹 작전타임 때 선수들의 모습을 TV화면에서 볼 수 있다. 소위 농구 좀 한다는 선수 중에는 감독의 지시를 외면한 채 수건으로 땀이나 닦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강동희는 뛰든, 안 뛰든 감독의 입과 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중계가 있을 때 꼭 한번 확인해 보길 바란다. 그가 그렇게 하는데 후배 선수들이 딴 짓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사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벤치 뒤에 서서 후배의 선전에 깡충깡충 뛰면서 좋아하는 그의 모습에서도 나는 감동을 먹는다. 요즘 최고의 감동은 분명히 ‘넌 강동희였어’다.
방송인 hansunky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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