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홈 코트인 울산 동천체육관 농구 골대 밑에는 승리를 부르는 부적이 감춰져 있다. 해태상 사진이 인쇄된 A4 용지를 정성껏 코팅까지 해 골대 바로 아래 코트 바닥에 붙여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시즌 초반 모비스는 역전패를 밥 먹듯하며 팀 성적이 바닥을 헤매면서 최희암 감독이 사퇴까지 했다.
하지만 사령탑이 물러난 뒤에도 좀처럼 팀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4쿼터의 저주’라는 말을 들으며 뒷심부족에 허덕일 때는 코트 양쪽 골대를 서로 바꿔보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 모비스 최석화 사무국장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해태’가 묻혀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이거다” 싶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상암 징크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패배를 거듭하자 축구장 관계자가 해태 문양을 넣은 종이를 운동장에 묻었더니 무려 676일 만에 이겼다는 것.
최 국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태상을 구하려 뛰어다녔지만 여의치 않자 대신 간절한 바람을 담은 해태 인쇄물을 마련했다.
재앙을 물리치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해태가 정말 승리를 불렀을까. 모비스는 해태를 넣은 뒤 21일 LG전을 비롯해 25일 오리온스전, 28일 SBS전까지 홈 3연승을 달렸다. 모비스는 당연히 새해에도 해태의 위력이 계속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처럼 승리를 위해서라면 뭘 못할까.
올 시즌 6승22패로 꼴찌에 머물러 있는 SK 이상윤 감독. 이 감독은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다”고 털어놓았다. 상대팀보다 경기장에 먼저 도착하면 혹시 이길 수 있을까 싶어 숙소에서 평소보다 빨리 출발하기도 했다. 체육관에 갈 때는 선수들에게 전의를 북돋게 하기 위해 버스 안에서 이종격투기나 유혈이 난무하는 액션 영화를 틀었다. ‘헝그리 돌풍’으로 코리아텐더(현 KTF)를 4강으로 이끌었던 지난 시즌에 입던 양복과 넥타이를 꺼내 입기도 했으나 아직은 별무소득.
동양(현 오리온스)은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32연패에 빠졌던 98∼99시즌에 프런트 직원들이 틈만 나면 연고지 대구의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108배를 올렸다. 삼성은 99∼2000시즌 승률이 낮았던 잠실 경기를 앞두고 액운을 쫓는다며 잠실코트 주변에 소금을 뿌린 적이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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