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V투어2004배구 개막이후 3전3패. 이탈리아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던 세계적인 명감독의 데뷔 무대 치고는 초라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29일 김호철(48) 현대캐피탈 감독에게선 전혀 위축된 기운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두고 보라는 듯’ 2차 투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처음부터 2차 투어 까지는 부담 없이 할 생각이었습니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팀을 목표대로 정비하는 게 최우선이니까요.”
이탈리아청소년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던 김 감독이 현대캐피탈 사령탑에 오른 것은 지난달 24일. 81년 선수로 이탈리아에 진출한 뒤 22년 만에 금의환향한 김 감독에 대한 기대는 컸다.
“한 달 동안 함께 연습했던 것만큼만 했어도 전패는 면했을 겁니다. 경기에서는 연습할 때의 30∼40%밖에 실력발휘를 못했어요.”
김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선수들의 정신력과 자신감 부족. 수년간 패하는데 익숙하다보니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는 것. 그렇다고 김 감독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려울 때 해결사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자 김 감독 스스로 ‘리더 역’을 자청했다.
경기 중 김 감독이 코트 주위를 바삐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것도 이 때문. 감독이 앉아 있지 않고 함께 뛰어 다니면 선수들의 정신력이 나아질까 해서였다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첫 경기인 상무전에서 0-3으로 완패하자 “선수들을 얼음물 속에 집어넣으려다 참았다”고 할 만큼 나약한 정신력을 질타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아직까지 내 스타일과 선수들의 스타일이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지 못해 서먹서먹하다. 그래서 그런지 선수들이 내가 바라는 것의 절반 정도밖에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2차 투어 첫 경기에서 ‘평생 친구’인 신치용 감독의 삼성화재와 맞붙는다. 그는 삼성화재를 ‘당분간 어느 팀도 넘어서기 힘들만큼 잘 짜여진 팀’이라고 평가한다. “삼성화재를 보면 선수들 개개인이 여유가 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며 “다른 팀들도 삼성화재 만큼의 자신감을 가질 때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전망을 묻자 “군사훈련을 마친 세터 권영민이 가세해 훨씬 짜임새 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긴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