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들리나요, 희망의 배팅"…충주성심학교 야구부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7시 35분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인 야구팀으로 올 한 해 관심을 끌었던 충북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선수들. 26일부터 일찌감치 동계훈련에 들어간 이들의 내년 목표는 실력으로 각광을 받는 팀이 되겠다는 것이다. 충주=강병기기자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인 야구팀으로 올 한 해 관심을 끌었던 충북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선수들. 26일부터 일찌감치 동계훈련에 들어간 이들의 내년 목표는 실력으로 각광을 받는 팀이 되겠다는 것이다. 충주=강병기기자

“올해는 대회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어요. 내년부터는 저희도 당당히 실력으로 겨루겠습니다.”

충북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원 21명에게는 겨울방학이 없다. 춥다고 게으름 부릴 틈이 없기 때문이다. 교내 합숙소에 다시 모여 동계훈련에 들어간 게 26일. 오전에는 러닝과 웨이트 등 기초체력, 오후엔 캐치볼 수비연습 등 기본기, 저녁에는 피칭머신으로 타격연습을 한다. 다음 달엔 1주일간 청주 세광고와의 합동훈련도 예정돼 있다.

국내 청각장애인으로는 처음인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창단된 것은 지난해 9월. 창단의 산파역을 맡았던 조일연 교감은 “대부분 단순생산직으로밖에 진출하지 못하는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야구를 통해 새로운 비전과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처음 전국대회에 출전한 것은 올 8월 봉황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때. 성남서고와의 첫 경기에서 1-10으로 7회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야구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되는 장애인 선수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가까이 야구를 해온 일반고교 선수들과 겨뤄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영패를 면한 것만도 다행이었다. 선수들은 비록 지긴 했지만 승리보다 더 소중한 득점, 그리고 그보다 훨씬 소중한 자신감과 희망을 얻었다고 자신한다.

이들에게 청각장애보다 더 힘든 것은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패배의식과 쉽게 포기하는 나약한 마음. 김인태 감독(47)은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악착같이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조금만 힘들면 쉽게 포기하곤 했던 아이들의 정신력이 많이 강해졌다”며 흡족해 했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봉황기 대회 이후 팀의 중심 타자를 포함해 몇 명이 야구를 포기했다. 새 선수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최근 ‘경사’가 났다. 성남고 야구선수 이현철(16)이 전학을 온 것. 초등학교부터 야구를 한 그는 전력에 큰 보탬이 된다.

보청기를 끼고 불완전하게나마 의사전달이 가능한 이현철은 “충주성심학교 친구들과 야구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야구를 잘해 대학도 가고 싶고 프로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뛰고 있는 청각장애인 야구선수 커티스 프라이드. 그는 “내 장애는 나를 집중하도록 만든다.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동정을 받지 않도록. 남과 다른 대우를 받지 않도록 나를 가르친다”고 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원 21명은 오늘도 ‘한국의 프라이드’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충주=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