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해야구장에서 신년을 맞는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이른 아침 바닷가에 서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지난해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미국 진출 5년 만에 풀타임 메이저리거의 기회를 잡았으나 갑작스러운 부상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4월의 신인’으로 뽑히며 한창 주가를 올린 것도 잠시. 6월 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머리를 다친 뒤부터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후반기엔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시즌 뒤 급기야 월드시리즈 챔피언팀 플로리다 말린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컵스를 떠날 때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이제 트레이드는 내게 찾아온 새로운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해엔 반드시 전 경기에 출전하겠습니다.”
그의 별명은 ‘빅초이’. 전 소속팀인 시카고 컵스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1m95, 110kg의 거구를 보고 지어준 별명이다. 컵스에서도 그의 덩치는 가장 컸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체격 조건과 뛰어난 타격 재능으로 마이너리그 시절 국내보다 오히려 미국에서 평가가 더 좋았던 최희섭.
하지만 그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다. 지난해 79경기에서 거둔 타율 0.218(202타수 44안타)에 8홈런 28타점의 타격 성적이 이를 말해 준다. 아직은 정교하거나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라고 할 수 없다. 인코스의 볼과 변화구에 대한 약점이 노출됐기 때문.
루키다운 소심함도 보였다. ‘농부의 아들’로 순박한 최희섭은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지난해 팀을 위해 최희섭은 볼넷을 골라내려 애썼고 항상 팀 배팅을 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체구에 맞는 풀스윙을 할 수 없었다.
이제 최희섭은 새 둥지인 플로리다가 자신에게 원하는 걸 잘 알고 있다. “플로리다엔 왼손타자가 별로 없어요. 올해는 장타력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최희섭의 올 시즌 목표는 전 경기 출전과 600타석, 20홈런 이상 기록하는 것. 그는 “솔직히 경기에만 자주 나가면 25홈런 정도는 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봉중근(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류제국 권윤민(이상 시카고 컵스)과 함께 남해야구장에서 겨울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최희섭은 이달 말경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스프링캠프에 들어간다.
남해=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