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 영하 15.3℃
풍속 : 초속 3.7m
운행시간 : 08:30-20:10 (11시간40분)
운행거리 : 33.1㎞ (누계 :706.9km) /남극까지 남은 거리: 423.5km
야영위치 : 남위 86도 12분495초 / 서경 81도 35분842초
고도 : 1,750m / 87도까지 남은 거리: 88.1km
▼남위 86도를 넘다!▼
탐험을 시작한지 31일 만에 남위 86도를 넘었다.
첫 휴식시간 간식을 먹기 위해 준비하는데 박대장이 GPS를 열어보고는 86도를 넘었음을 대원들에게 알리자 모두들 표정이 밝아진다. 아침부터 경사진 설사 면을 오르느라 힘겨운 걸음으로 오던 길이었다. 그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좋은 날씨 덕에 운행이 순조로운 탓에 매일 30km를 넘는 행군을 할 수 있었던 결과이다. 하늘도 탐험대를 도우니 대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걷고 또 걷는다. 박대장의 설사 증세가 어제 저녁부터 멎었다. 얼굴표정마저 밝게 바뀐다. 그 동안의 고초가 얼마나 심했으면 저토록 즐거운 표정일까. 사나흘 동안 먹는 걸 조심하더니 그 결과 좋아진 것이라며 대원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오늘은 출발시간을 08:30분으로 늦췄다. 어제 밤 오희준 대원이 스키에 씰을 붙이고 인터넷 전송을 하느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분설지대라서 대원 모두 스키를 신고 운행에 나선다. 발이 빠지지 않아 걷기가 이만 저만 좋은 게 아니다. 완만한 경사의 계속된 오르막이지만 선두의 박대장과 그 뒤를 따르는 네명의 대원이 비슷한 간격으로 설원을 가로 지른다. 아무도 지나간 흔적 없는 설원이 끝도 없이 펼쳐진 곳, 어제는 티엘 산맥의 산머리들이 보여 '쟁반을 엎어놓은 모양' 같았지만 오늘은 사방이 완전한 설원으로 '원탁 위에 올라선' 기분이다. 그것도 약간 기울어진 원탁…. 남쪽이 약간 높은 형태로 탐험대에게는 계속되는 오르막이지만 사방을 둘러보면 원형의 설원이 그 크기를 알 수 없을 만큼 넓게 펼쳐져있다. 서유기에 나오는 오만방자한 손오공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펼쳤던 삼장법사의 손바닥이 이만 했을까. 다섯 대의 썰매가 끌고 간 굵은 선이 설원의 중심이다. 탐험대는 항상 중심에 서있다. 그 움직임이 멈추면 그곳엔 선보다 좀더 큰 점이 생겨난다. 힘겨운 하루를 마친 대원들의 안식처인 야영지가 그곳이다. 노란빛깔의 이 텐트는 바깥의 찬 기온과 바람을 완벽하게 막아준다. 텐트의 주변에는 대원들의 썰매가 바람막이 겸 텐트를 고정시키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그 주위에는 스키가 세워지고 마치 야전군의 요새처럼 든든한 느낌이다.
간식을 먹으며 87도를 얘기하고 남극점 도착을 얘기한다. 극점에 도착하면 축하를 위한 위스키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은 명언이다. 대행사에 전화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극점에 위스키 한 병(처음엔 한 병이었으나 나중에 두병)을 부탁했더니 '위스키 걱정하지 말고 몸 건강히 운행 잘하고 극점까지 꼭 오라'고 말한다. 전화를 건 강철원 대원보다 박대장의 부르튼 입이 금새 귀에 가 걸린다. 다른 대원들의 표정 역시 환하게 변한다. "위스키를 위해서라도 더 빨리 극점에 가야겠다며…".
'썰렁한 연말경기에 위축된 한국의 일반 서민들을 위해서 장한 일을 한다'며 격려의 글을 남기신 어느 네티즌의 말대로라면 탐험대의 발걸음은 더욱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탐험대에 거는 기대와 관심이 부담이 아닌 극점도달을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지금까지 걸어 온 것보다 더한 열정과 노력을 기울이리라 남극점 탐험대원 모두는 다짐한다.
▼네티즌의 지적에 대한 말씀▼
##1-탐험대의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의 세 자리 '초'단위는 60초를 1/1000로 환산한 것이며 GPS에 뜨는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2일마다 대행사에 알려주는 것도 세 자리 '초'단위 그대로이며 극지에 가까운 곳이라 '도'와 '분'의 단위만으로도 탐험대의 위치를 찾을 수 있기에 '초'단위는 어느 정도 형식적인 수치인 셈이다. 현재위치에서 경도간의 간격은 7.4 km밖에 되지 않는다.
##2-2003년 봄 북극점 탐험에서 생식을 했었다. 그러나 생식은 칼로리가 높지 않다. 생식은 식이요법과 다이어트를 위한 식품이어서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대안이 파시코인데 파시코가 생식보다 좋은 이유는 무게가 가볍고 맛이 있으며(쵸코맛과 딸기맛 모두) 칼로리가 생식보다 높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생식을 주 간식(음료)으로 사용했던 북극 원정 때의 대원들은 파시코가 생식보다 서너 배는 효과가 좋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생식보다 파시코를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고 본다.
남극점탐험대 이치상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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