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탐험]“300㎞만 더… 모두에 희망 주세요”

  • 입력 2004년 1월 6일 18시 05분


본보에 만화 ‘식객’을 연재하고 있는 허영만 화백이 남극점 원정대에 ‘신년 격려 만화엽서’를 보냈다. 허 화백은 박영석 대장과 함께 K2, 칼스텐츠, 엘브루스를 등반했다.
본보에 만화 ‘식객’을 연재하고 있는 허영만 화백이 남극점 원정대에 ‘신년 격려 만화엽서’를 보냈다. 허 화백은 박영석 대장과 함께 K2, 칼스텐츠, 엘브루스를 등반했다.
《‘남극점이 멀지 않았다.’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남극점 원정대가 목표지점을 300km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남극대륙 북서 해안가 허큘리스를 출발한 원정대는 38일 만인 6일 800여km를 소화했다. 현재 지점은 남위 87도52분388, 서경 82도52분636.

지금의 페이스라면 박영석 대장(41)이 이끄는 남극점 원정대는 예정일인 1월 25일을 열흘 앞당겨 원정 47일 만인 15일에 남극점을 밟게 된다. 이는 99년 프랑스 티에리 볼로가 세운 남극점 원정 최단기간 기록 49일보다 이틀 빠른 것.

강풍(블리자드)과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한달 넘게 썰매를 끌어온 원정대의 체력은 고갈 상태. 국민들이 보내는 ‘격려 글’은 그런 대원들에게 큰 힘이 된다. 동아닷컴(www.donga.com)에 개설된 홈페이지에 독자들이 올린 격려 메시지는 6일 현재 400여개. 이 중엔 K2(해발 8611m)와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4884m), 유럽최고봉 엘브루스(5633m)를 등반한 만화가 허영만씨의 ‘만화 연하엽서’도 있다. 다음은 눈에 띄는 격려 사연들. 전창기자 jeon@donga.com》

△미국 시애틀에 사는 교포입니다. 2004년이 시작됐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의 작태를 보면 실망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런 때 여러분의 탐험은 온 국민에게 새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세요.(박태출)

△아버지, 우영이 혼내주세요. 제가 거실에서 이불 쓰고 놀고 있는데 우영이가 와서 박치기도 하고 머리도 막 잡아당기고 귀찮게 했어요. 우영이는 혼날까봐 일찍 자고 있어요. 아버지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힘내세요.(이건영-이치상 대원의 7세 된 큰아들)

△원정일기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죽을 힘 다하는 대원들 생각은 뒷전이었다는 자책감이 드네요. 원정일기를 보면서 아름답게 생각되는 것은 지금 남극점을 걷는 님들이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 가슴에 꽉 차 들어있는 큰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억센 마님)

△박 대장이 코피를 쏟았다는 것은 그간의 과정을 함축되게 알려줍니다. 여러분의 투혼이 더욱 돋보입니다. 힘.힘.힘.(이윤희)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발씩만 대신 걸어준다면 한 번에 끝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럴 수도 없고…. 대원들의 한발 한발에 국민 모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서경림)

△서점에서 박영석 대장님이 쓰신 책을 읽었습니다.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글이 제 맘을 끌었습니다. 남극에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하며 희망과 용기를 가져봅니다.(이은엽)

△남극 꼬정 가젠 허난 폭싹 속암수다. 아팡 뱅날거 닮아도 호쏠만 촘앙. 기신내엉 도르멍 도르멍 혼저 갑써예.(오진숙·남극까지 가려니 엄청 수고하십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세요. 기운 내 빨리 가세요.·서귀포 출신 오희준 대원에게 보낸 제주방언 메시지)

△다사다난했던 2003년 최고의 쇼킹 뉴스로 ‘강철원대원의 딸기우유 사건’이 뽑혔습니다. 대원들끼리 고국에 돌아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이냐는 원초적인 대화에서 강대원이 “딸기우유 3리터”라고 한 한마디는 정말 최고 쇼킹 뉴스였습니다.(남극펭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영하의 날씨와 1200km라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원정대에게 존경심을 느낍니다. 비록 외로운 레이스지만 고국에서 열렬히 응원하는 지지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만 더 참고 견디시길 바랍니다. 진정한 영웅들의 목표달성과 무사귀환을 빕니다.(안성수)

△며칠 전 등정화보에 나온 원정대원 사진들을 보니 입술이 퉁퉁 부르튼 모습이었다.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극점에 가까워질수록 체력관리에 신경 쓰시고 항상 안전에 만전을 기해주세요.(복사골)

△박 대장님 엄살 피우지 마세요. 한 달 넘게 술도 못 먹고 자극적인 것도 못 먹었는데 무슨 설사입니까? 나머지 대원들 절대 박 대장님 썰매에서 짐 덜어주지 마세요. 지금 분위기 좋은데 자꾸 설사해서 늦는다고 하지 마세요. 힘내시고 빨리 서울에서 뵙겠습니다.(떡칸)

△아∼ 클로즈업 사진만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퉁퉁 부은 얼굴에 부르튼 입술…. 집사람도 원정대원 사진들 보며 혀를 끌끌…. 썰매 끌며 운행하는 모습에 “정말 멋지다”를 연발하다가 ‘입술 부르터스’ 사진을 보더니 가슴이 뭉클하시단다. 성공하는 그날까지 파이팅!(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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