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V투어2004대회가 열린 목포실내체육관. 혹독한 조련사로 꼽혔던 김철용(48·사진) 전 LG정유 감독이 1년 여 만에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맡은 직책은 경기분석관. 매 경기를 분석해 언론과 각 팀에 자료를 배부하는 역할로 그는 이 일을 자청했다.
김 감독은 16년 동안 LG정유를 이끌며 역대 슈퍼리그 최다인 9연패의 대기록과 92경기 무패 기록(4년1개월)을 수립했던 명 지도자. 그는 ‘새벽 별보고 숙소를 나가 저녁 별 보고 숙소로 돌아온다’는 배구계 일화의 주인공이다. 이런 혹독한 조련으로 ‘독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철옹성 같았던 LG정유도 신인 선수 수급에 실패하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2∼2003슈퍼리그에서 꼴찌로 전락하자 김 감독은 지난해 3월 감독직을 내놓았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지 24년 만에 처음 실업자가 됐습니다. 배구를 다시 공부할 좋은 기회로 생각합니다.”
김 감독은 정말 열심이다. V투어 개막 이후 거의 모든 경기를 보며 각 팀 전력을 분석한 자료가 벌써 노트 한권 분량.
“바둑에서도 훈수 두는 사람이 더 잘 본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지도자의 경기 흐름 대처 방식이나 선수들의 임기응변 등이 벤치에 앉아 있을 때보다 더 잘 보입니다”.
그는 “삼성화재와 현대건설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팀 감독들의 안이한 자세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우승팀은 다른 팀의 모델이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연구하고 더욱 노력해야 발전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목포=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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