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04서울국제실내양궁대회 여자부 결승전. 마지막 한 발을 남기고 108-107로 앞선 이점숙(29·인천시청)이 먼저 만점인 10점을 쏘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무명선수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2관왕인 윤미진(21·경희대)을 꺾었기 때문.
10점짜리를 쏴도 경기를 뒤집을 수 없게 된 윤미진은 한숨을 내쉰 뒤 마지막 시위를 당겼다. 9점. 118-116, 주부궁사 이점숙의 승리였다. 이점숙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번졌고 스승인 공미화 인천시청 감독은 박수로 제자의 승리를 축하했다.
키가 1m54로 국내 여자선수 가운데 최단신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데다 20년 동안 양궁선수를 하면서 한번도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했던 무명. 그동안 겪었던 서러움만큼 기쁨은 두 배로 컸다.
더구나 그가 이날 4강전과 결승에서 꺾은 상대들은 세계랭킹 2위 나탈리아 발리바(이탈리아)와 1위 윤미진. ‘작은 거인’이 ‘골리앗’을 물리친 셈이었다.
양궁선수 출신인 김철용씨와 2000년 결혼해 양궁커플이기도 한 이점숙은 “이번 대회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올해는 반드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승을 놓친 윤미진의 얼굴에서도 실망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70m 거리에서 쏘는 일반 양궁경기는 자신이 있는데 거리가 18m인 실내대회에선 맥을 못 춘다. 2년 전엔 이 대회에서 꼴찌를 했다. 18m는 어제 하루 훈련했는데 이 정도면 잘한 셈”이라고 만족해했다.
윤미진은 이날 8강전에서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 4강전에서 자신에게 일격을 가했던 대만의 위안슈치를 116-110으로 물리쳐 설욕에 성공했다. 올림픽 2관왕 2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윤미진은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새해를 순조롭게 출발해서인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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