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탐험]1월8일 40일째 '눈뜬 장님' 되다

  • 입력 2004년 1월 10일 16시 05분


캠프 도착 후 운행도중 부러진 스키 바인딩을 수리중인 이현조 대원
캠프 도착 후 운행도중 부러진 스키 바인딩을 수리중인 이현조 대원
날씨 : 화이트 아웃

기온 : 영하 23℃

풍속 : 초속 6.4m

운행시간 : 08:55-20:25 (11시간30분)

운행거리 : 29.8km (누계 :977.3km) /남극점까지 남은 거리: 152.6km

야영위치 : 남위 88° 38.029′ / 서경 81° 35.883′

고도 : 2,731m / 89도까지 남은 거리: 41.6km

화이트 아웃 상황 속에서 캠프를 철수하는 탐험대원들.

어제부터 계속된 화이트 아웃 속에서 출발준비를 한다. 기온은 -22℃. 대원들이 출발하고 난 뒤 마무리 준비를 마친 이현조 대원이 출발을 하면서 "어제에 비하면 따뜻하다"고 말한다. 첫 간식시간이 지나면서 동쪽 하늘이 파란색으로 열리더니 30분 정도 지나자 하늘 전체가 환하게 열렸다. 이틀 만에 본 해가 따뜻하게 설원 위를 내리비친다. 탐험대원들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발밑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사스트루기 지역은 완전히 끝난 듯하다. 약간의 경사진 오르막 설원은 평평해서 걷기 좋다. 이런 길이 남극점까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대원 중 누군가가 말한다. 운행 속도가 빨라졌다. 선두의 박대장을 따라 오희준 대원, 이현조 대원, 이치상 대원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뒤따른다. 강철원 대원은 약간 뒤로 처진다. 반듯한 설원위에 네 대의 썰매가 지나갔으니 뒤따르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속도를 늦추지 않는 박대장.

8일 오후 간식 중에 다시 밀려오는 구름(화이트 아웃)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탐험대원들.

두 번째 간식시간, 햇살아래 간식을 즐기는 대원들에게 이치상 대원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뒤쪽에 또 먹구름이 몰려온다"고 말하자 박대장이 뒤를 돌아보며 아연 긴장을 한다. 대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 밀려오는 구름은 어제의 그것보다 더욱 규모가 크고 색깔도 짙다. 구름이 밀려와 화이트 아웃 속으로 세상을 집어삼키는 것은 순식간이다. 연거푸 밀려온 화이트 아웃에 이번에는 눈뜬장님이 된다. 보통 화이트 아웃이 밀려 왔다가 지나가면 며칠 후에 다시 오는데 이번에는 연거푸 그것도 강도를 높여 밀려왔다. 남극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해발 2,700m를 넘으면서 숨 가쁜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이제 오름길도 100m 남짓 남았다. 남위 89도를 넘으면서는 극점까지 거의 평탄한 설원을 걷게 된다. 썰매 무게가 많이 가벼워진 상태여서 그나마 대원들의 체력부담은 줄었지만 고소와 계속되는 추위 그리고 불규칙한 날씨는 며칠 남지 않은 남극점 탐험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아, 이제 6일 남았다. 아니다. 날씨만 좋아진다면 5일이다.

남극점탐험대 이치상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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