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북 무주에서 개막하는 프로복싱 신인왕전 출전선수 가운데는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끼어 있다. 플라이급의 슈레스터 라미쉬(23). 그는 지난해 2월 한국에 온 네팔인 근로자다. 카트만두에서 암리트대학을 다녔다는 그는 그 동안 경기도 안양시와 군포시에서 경비원 목수 등을 전전했다.
그의 ‘코리안 드림’은 프로복서. 대학시절 틈틈이 권투를 익혔던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무턱대고 안양광권투체육관 문을 두드렸다. 며칠간 그의 연습 모습을 지켜본 이기준 관장은 무료지도를 자청했다. 골격이 좋고 반사신경이 뛰어나다는 게 이 관장의 말. 3개월 전 신인왕전 예비 테스트에서도 뛰어난 기량으로 시선을 모았다는 것.
라미쉬는 요즘은 선반공으로 일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쇠와 씨름하다보면 파김치가 되지만 일이 끝난 뒤엔 어김없이 체육관으로 달려간다. 줄넘기를 하고 샌드백을 두드리다 보면 오후 10시반.
공장에서 받는 월급 85만원으로는 혼자 살기도 빠듯하지만 그에겐 꿈이 있다.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 돼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타이틀매치를 갖는 것. 이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단계가 신인왕이 되는 것이다.
그는 늘 스스로를 ‘주피터’로 부른다. 주피터는 로마신화의 주신(主神). 이 바람에 이 관장도 처음에는 그의 본명이 ‘주피터’인 줄 알았다고.
“주피터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녔다고 하잖아요. 그 능력이면 세계챔피언도 문제없을 것 같았어요. 프로복서가 되면 링네임을 주피터로 할 겁니다.”
군포(경기)=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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