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이승엽이 받은 아주 특별한 선물

  • 입력 2004년 2월 2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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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는 90년대 초입까지만 해도 얼음물 목욕이란 게 있었다. 빙어낚시할 때처럼 꽁꽁 언 산속 개울의 얼음을 망치로 깬 뒤 모든 선수단이 홀랑 벗고 뛰어드는 것. 요즘 신세대 선수나 선수협의회가 들으면 까무러칠 얘기지만 그때는 제법 성황을 이뤘다.

극기 훈련으로 불릴만한 이 기행에 기자도 동행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팀이 없어진 태평양의 오대산 훈련. 사령탑은 지옥훈련으로 유명했던 김성근 감독이었다. 눈 덮인 비로봉까지는 올라갔지만 얼음물 앞에선 선뜻 나서는 선수가 없었다. 그러나 감독을 비롯한 코치들이 앞장을 서는데 열외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훈련의 효과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훈련이기에 선수단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피로회복이나 근력향상을 두고는 회의적인 여론이 많았다.

특히나 야구선수는 관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겨울 산행이나 삼성이 한때 실시했던 공수부대 입소훈련 등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 후 얼음물 훈련은 자취를 감췄지만 목욕에 대한 향수와 미련은 여전히 남았다. 기존의 온천욕과 함께 두산의 전신인 OB가 90년대 중반 청주 목욕을 애용한 것을 비롯, 일본에 해외전지훈련을 갔다 온 팀을 위주로 유황, 녹차 목욕 등이 인기를 끌었다.

장황하게 프로야구의 목욕 역사를 꺼낸 이유는 올 시즌 일본 롯데에서 뛰는 이승엽이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SK 선배 김기태로부터 한약 입욕제를 선물 받았다는 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을 탈출한 김일성 장수연구소 연구원 출신 한의사가 제조했다는 ‘향림수’란 입욕제로 혈액순환은 물론 이승엽의 알레르기성 비염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지난주 장도에 오르기 전 국내의 각종 약을 한 움큼 챙겨갔다는 이승엽. 입욕제의 효능은 써봐야 알겠지만 선배의 따뜻한 배려가 있으니 일본에서 처음 맞는 이승엽의 겨울은 춥지 않아 보인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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