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배구]현대건설 연승의 힘 ‘후견인제도’

  • 입력 2004년 2월 2일 18시 01분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이젠 마음 든든해요.”

현대건설 여자배구단의 세터 강혜미(30)는 실업선수생활 12년째. 코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지만 올해만큼 마음 편하게 운동에만 전념한 적은 없다. 든든한 후견인(mentor)이 생겼기 때문.

강혜미는 힘든 일이 있으면 이진형 상무와 상의한다. 이 상무가 바로 그의 후견인. 최근 설 직전에도 이 상무는 강혜미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점이 없는 지를 묻고 인생상담도 해줬다.

현대건설이 ‘후견인제도’를 만든 것은 지난해 9월 이지송 사장이 부임하면서부터. 회사 사정이 어려워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이 사장은 회사간부들을 중심으로 후원회를 조직하고 선수 한명 씩을 전담하도록 했다. 응원은 물론 틈 날 때마다 연락해 애로사항을 듣고 조언하는 역할까지 맡긴 것.

후견인제도는 선수들을 변화시켰다. 운동에만 집중하게 된 것은 물론 회사 구성원으로서소속감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까지 높아졌다는 게 선수들의 말. 무실세트 13연승의 대기록은 그 결과다. 유화석 현대건설 감독은 “회사 간부들이 배구는 잘 모르지만 정성으로 선수들을 대해주는 바람에 팀 사기가 높다”고 말했다.

구미=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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