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耳順의 ‘달리는 의사선생님’

  • 입력 2004년 2월 11일 18시 15분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철각인 이재승교수. 변영욱기자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철각인 이재승교수. 변영욱기자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도 잘 돌보는 것이야.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하는 의사들이 오히려 몸이 약해서야 되겠나. 그래서 달리지.”

3월14일 열리는 2004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5회 동아마라톤에 참가하는 이재승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60·소아과)는 ‘울트라 맨’으로 불린다. 이교수는 100km 울트라마라톤을 11시간54분에 완주한 철각. 2001년 주위 권유로 마라톤에 입문해 풀코스 9회, 하프코스 5회 완주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울트라마라톤에 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원래 산을 너무 좋아해 마라톤엔 관심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한번 달려보라고 해서 뛰었지. 그런데 막상 달려보니까 너무 좋더라고. 뭐가 좋으냐고? 다 좋아. 한번 뛰어봐.”

이교수는 외래환자들 돌보랴, 학생들 가르치랴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하지만 연구실에 마라톤화와 운동복을 갖춰놓고 틈만 나면 달린다. 해외나 지방에서 열리는 학회나 세미나는 ‘마라톤 전지훈련’을 가는 기회로 활용한다. 언젠가 외국 학회에 참가했다가 아침저녁 자투리 시간에 무려 100km를 달린 적도 있다. 쉬는 날에도 한강 둔치를 달려야 몸이 개운하다.

“즐기는 마라톤이 최고야. 사람들이 기록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데 다 부질없는 일이야. 천천히 재미있게 달려야 몸에도 좋고 기분도 상쾌해지지.”

이 교수는 요즘 살을 빼기 위해 달리는 사람들이 많은 데 이것도 대단히 잘 못된 경우라고 말한다. 살을 뺀 뒤 달려야 한다는 것. 살을 빼지 않고 달리다보면 무릎이나 발목에 탈이 나기 마련이라는 설명.

“달리는데도 법칙이 있어. 운동복과 운동화만 있으면 달릴 수 있는 게 마라톤이지만 관절과 인대를 튼튼하게 하지 않고 달리면 평생 달리지 못할 수도 있어. 꼭 명심해야 돼.”

이 교수는 요즘 마라톤에 빠져 지내지만 틈틈이 에베레스트의 베이스캠프(5364m), 칼라파타르(5545m), 킬리만자로(5895m)에 오를 정도로 여전히 산을 사랑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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