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스포츠카페]30대! 잔치는 계속된다…현대건설 배구단

  • 입력 2004년 2월 15일 18시 11분


현대건설배구팀의 14연승을 이끌고 있는 ‘트리오’ 장소연 강혜미 구민정(왼쪽부터). 모두 30대의 ‘노장’들인 이들이 요즘에도 코트에서 펄펄 나는 비결은 무엇일까. 용인〓김미옥기자
현대건설배구팀의 14연승을 이끌고 있는 ‘트리오’ 장소연 강혜미 구민정(왼쪽부터). 모두 30대의 ‘노장’들인 이들이 요즘에도 코트에서 펄펄 나는 비결은 무엇일까. 용인〓김미옥기자
“왜 우리 셋을 한자리에 모으셨어요? 나이 많이 먹었다고 함께 부른 건 아니겠죠.”

현대건설 여자배구 노장 트리오 구민정(31)과 장소연(30), 강혜미(30)를 만나기 위해 경기 용인시 마북리 체육관을 찾은 10일. 구민정이 기자를 향해 먼저 한 방을 날렸다. 대꾸할 말을 찾다 겨우 머릿속에 떠오른 게 ‘노짱’. 요즘 유행하는 ‘얼짱’ ‘ 몸짱’에 빗대 노장이면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이들을 노짱이라고 부르면 그들 마음이 풀어질까.

“너 정말 대단하다. 체력을 어떻게 관리하기에 이렇게 잘 뛸 수 있느냐”는 말을 들으면 풀어졌던 다리에 다시 힘이 솟을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는 ‘영원한 현역들’.

KT&G의 김남순(33)을 제외하면 현역 최고령 선수들인 이들 트리오는 KT&G V투어2004 들어 더욱 위력을 발휘하며 현대건설의 14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체력은 노력의 결과

“특별한 거 없어요. 운동량이 적다 싶으면 웨이트를 조금 더 해요. 개인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팀 훈련이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무조건 쉬어요. 원래 체력이 좋다는 얘기는 들었어요.”(구민정)

“혹시 구장사라고 들어보셨어요?(이 말이 나오기 무섭게 구민정이 장난스런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강혜미를 흘겨본다) 언니 체력 장난이 아니에요. 타고난 데다 관리도 철저해요. 전 피곤하면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요. 깊이 잠들기 때문에 피로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같은 운동을 해도 후배들보다 회복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건 느껴요. 그래서 자기 전에 홍삼을 먹는답니다.”(강혜미)

“저도 홍삼으로 체력을 보충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휴식이 가장 중요해요. 또 경기에서 진을 뺀 뒤 밥맛이 없더라도 억지로라도 먹어두면 큰 도움이 돼요.”(장소연)

들어보니 별 게 없다. 그렇다고 이들이 먹고 자고 쉬는 것만으로 후배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 현대건설의 체력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도 하루 1시간 이상 웨이트트레이닝을 빼먹은 적이 없는 팀이다.

여자팀에서 서른이 넘은 고참이라면 ‘열외’도 있을 법하지만 이들 트리오는 뒷짐을 진 적이 없다. 오히려 앞장선다. 웨이트로 몸을 가다듬지 않으면 당장 다음 경기에 지장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기 싫어 버틴다

유화석 현대건설 감독은 “우리 고참 트리오는 다른 팀에 이겨야 하는 것은 물론 자기들끼리도 개인상을 놓고 경쟁을 벌일 만큼 승부욕이 강하다. 이런 승부근성이 팀 전체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고참이 이를 악무는데 요령 피울 신참이 있을 수 없다.

맏언니 구민정은 “선수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갈 때까지는 우승해야겠다”고 했다. 성격이 수더분한 구민정이지만 “너 아직도 운동하냐. 은퇴할 때 안됐어”라는 말을 들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는 것.

장소연과 강혜미도 “은퇴할 때까지 우승의 기쁨을 잃고 싶지 않다. 또 우리가 그만두고 나갔을 때 빈자리가 커 보이지 않게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큰 욕심 없다고 했지만 이보다 더 큰 욕심이 또 어디 있을까. 이미 겨울리그 4연패를 달성한 현대건설은 올 시즌 5연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는 은퇴를 준비해야 할 때

올해로 실업 13년차인 구민정은 팀 막내 오유진 조예정 등과는 12년차 띠동갑. 장소연과 강혜미도 나란히 12년째 실업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구)“가끔 후배들과 얘기하다보면 정말 생각이 다르고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옛날 생각하고 후배들 대했다가는 홧병 나 죽을 꺼예요.”

(강)“우선 화제가 틀려요. 후배들 관심은 온통 연예인에게 쏠려 있는데 우린 그런 얘기는 관심 없거든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홈쇼핑 TV보며 쇼핑이나 하고 그러죠.”

(장)“우린 주로 어떻게 아파트 평수를 넓힐까. 맛있는 음식점은 어디고, 집안 인테리어는 어떻게 꾸밀까, 뭐 그런 얘기를 해요. 후배들한테 옛날 고생하며 운동한 얘기하면 콧방귀도 뀌지 않아요. 괜히 분위기만 망치구요.”

이들이 받는 특혜라면 시즌 중에도 팀 숙소에서 잠을 안 자는 것 정도. 장소연과 강혜미는 결혼했고 팀내 최고참인 구민정도 구단의 배려로 운동이 끝나면 집에서 가족들과 지낸다.

은퇴 뒤 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한달 정도 여행만 다니고 싶어요. 그 뒤엔 체육교사가 되는 길을 알아볼 거예요.”(구민정) “당장 짐을 싸 유럽으로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적당한 사업거리를 찾아봐야죠.”(장소연) “지도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더 할 생각입니다.”(강혜미)

이런 얘기 하는 걸 보면 나이는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코트에 들어서기만 하면 나이를 잊는다는 이들. 바로 그게 스포츠의 마력이 아닐까. 고참 트리오 파이팅!

용인〓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장소연은 누구▼

△생년월일=1974년 11월11일생

△체격조건=1m84, 76kg

△출신학교=부산 동광초등-남성여중-경남여고-경기대-경기대 대학원 3학기 재학 중

△가족관계=남편 김동한씨(29·사업)와 2003년 결혼

△국가대표 발탁=92년(고 3)

△실업 입문=SK(92년)-현대건설(98년∼)

△주요 경력=94히로시마아시아경기 우승. 94세계선수권 4위. 98방콕아시아경기 준우승. 2001년,2003년 슈퍼리그 MVP

▼구민정은 누구▼

△생년월일=1973년 8월25일생

△체격조건=1m82, 73kg

△출신학교=군산 대야초등-군산여중-군산여상-경희대

△가족관계=모 장순자씨(64)의 1남4녀 중 넷째

△국가대표 발탁=95년

△실업 입문=한일합섬(91년)-현대건설(98년∼)

△주요 경력=93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3위. 97그랑프리대회 3위. 98방콕아시아경기 준우승. 2000년 슈퍼리그 MVP

▼강혜미는 누구▼

△생년월일=1974년 4월27일생

△체격조건=1m73, 61kg

△출신학교=부산 토성초등-수정여중-경남여고-경기대-경기대 대학원(3학기 재학중)

△가족관계=남편 이태씨(33·회사원)와 2002년 결혼

△국가대표 발탁=94년

△실업 입문=SK(92년)-현대건설(98년∼)

△주요 경력=94히로시마아시아경기 우승. 94세계선수권 4위. 98방콕아시아경기 준우승. 2002년 슈퍼리그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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