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스포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스모다. 스모협회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수 십 년 간 공을 들인 결과다. 1965년 구소련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스모의 해외 공연은 73년 중국, 81년 멕시코, 85년 미국, 86년 프랑스, 91년 영국 등 10개국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어 왔다.
‘스모의 국제화’를 기치로 내건 일본 스모계는 개방에도 적극적이었다. 64년 3월 하와이 출신의 제시 제임스가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스모계에 입문했고 93년에는 아케보노가 외국인 최초로 요코즈나에 등극했다. 현재 800여명의 프로 스모선수 중에 몽골 미국 필리핀 캐나다 스리랑카 등 14개국 90여명의 외국인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일본의 전통 스포츠가 스모라면 한국의 전통 스포츠는 씨름. 그러나 씨름의 현실은 스모에 비해 열악하기 짝이 없다. 96년 8개였던 프로씨름단이 3개로 줄었고 선수는 50여명에 불과하다. 80년대 초반 화려하게 출범한 프로씨름이 지금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 마당이니 국제화는 거론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모래판의 신사’라는 별명으로 80년대 초 프로씨름의 인기를 주도했던 이준희 신창건설씨름단 감독은 “기술 개발이나 팬 늘리기 등은 외면한 채 20년 가까이 밥그릇 싸움만 해온 씨름인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씨름을 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씨름인들이 서로 가슴을 열어야 한다는 게 그의 말.
이와 함께 팀 창단, 해외 홍보 및 문호 넓히기 등도 씨름의 중흥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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