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83, 75kg의 탄탄한 체격에 빡빡 깎은 머리. 여기에 그라운드에서 폭주기관차처럼 달린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 ‘인간 병기’다.
그런 차두리가 왜 눈물을 글썽였을까. 국가대표팀에서 1년10개월 만에 뽑아낸 이 골로 그동안 따라다니던 온갖 비방을 날려 보낸 기쁨에서였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 ‘2006년 독일월드컵을 빛낼 유망주’라고 극찬했던 차두리. 하지만 그는 그동안 매서운 비평에 시달려야 했다. ‘공갈포’, ‘영원한 유망주’…. “아버지 차범근의 후광으로 대표선수가 된 게 아니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태어난 독일에서 선진축구를 익히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독일 진출 2년 만에 아버지가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던 프랑크푸르트에 안착했고 올해엔 주전 스트라이커자리까지 꿰찼다.
프랑크푸르트는 차두리의 고향.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덩치 큰 독일 선수들과 부딪쳐 가며 차근차근 기술을 익혀 비상의 날을 준비해 왔다.
전문가들은 레바논전에서 차두리가 터뜨린 골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세종대 교수)은 “차두리가 한층 성숙해질 수 있는 자극제가 된 골이다. 그는 이제 상승세를 탔다”고 평가했다.
차두리는 아직도 인터뷰를 기피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 그가 19일 독일로 떠나며 한번 입을 열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크로스를 잘 올리지 못해 내가 경기의 흐름을 끊은 것 같습니다.” 골 넣은 기쁨에 젖기보다는 반성하는 모습에서 그의 대성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