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고 명장으로 손꼽히는 김응룡 삼성 감독이 해태 시절 18년 장기독재를 한 탓. 동전의 앞뒷면이지만 또 다른 원인을 찾는다면 지방색일 것이다. 출범 당시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성장한 프로야구는 자기 고장 출신 스타를 감독으로 중용해 왔다. 이러다 보니 제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비연고팀에서 감독 데뷔를 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를 깬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SK 조범현 감독과 올해 LG 이순철 감독, 그리고 삼성 선동렬 수석코치의 경우. 선 코치를 감독급으로 분류한 것은 그의 높은 위상 때문. 코치로선 이례적으로 2년 계약에 입단 기자회견까지 했고 항간에선 차기 대권주자로 확약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들리는 터다.
대구 출신으로 충암고를 나온 조 감독은 데뷔 첫해인 지난해 인천의 만년 하위 SK를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놓았으니 이미 인정을 받은 상태. 문제는 이 감독과 선 코치다. 공교롭게도 둘은 모두 광주 출신. 호적상 나이는 이 감독이 두 살 많지만 81학번 동기로 이 감독은 광주상고와 연세대, 선 코치는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나온 라이벌이자 친구 사이다.
둘은 해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최고의 야수와 투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제 지도자로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선 코치가 이 감독에 비해 무리 없이 팀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 해태 시절 군기반장으로 통한 이 감독은 이상훈 트레이드 파동을 시작으로, 김재현 유지현의 계약 때 매끄러운 중재자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반면 자상한 편인 선 코치는 텃세가 심하기로 소문난 대구에서도 융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선배들이 즐비한 가운데 수석코치가 됐지만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누구도 시비를 거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둘의 경쟁은 지금부터. 지난해 조 감독의 성공 신화가 40대 감독시대를 열었듯 올해 이순철 선동렬 듀엣의 성공적인 지도자 데뷔로 우리 프로야구도 지방색을 탈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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