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매에서 11만3824달러(약 1억3400만원)에 이 공을 구입한 레스토랑 체인 사업가 그랜트 디포터는 26일 영화 ‘쥐라기 공원’과 ‘백 투 더 퓨처’로 아카데미 영상효과상을 수상한 마이클 랜티어리에게 공을 맡겨 아예 산산조각 내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디포터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의뢰해 지구 밖으로 추방하는 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520m)에서 떨어뜨리는 안, 영화 ‘고스트 버스터’에 출연한 시카고 출신 스타 빌 머레이가 화염방사기로 태워버리는 안 등 수천 건의 아이디어가 쇄도했지만 공의 잔해가 남아 있는 한 저주를 풀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소개. 그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를 없애기 위해 애쓰는 프로도의 심정으로 공을 부수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컵스의 열렬한 팬인 랜티어리는 구체적인 파괴 방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가혹할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랜티어리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이미 12개의 야구공을 이용한 극비 리허설까지 마친 상태.
그러나 저주의 파울볼은 파괴 직전까지는 극진한 대우를 받는다.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필드에 들러 작별인사를 하고 호텔 스위트룸에서 바다가재, 스테이크 요리로 ‘최후의 만찬’을 한 뒤 마사지까지 받는다.
한편 27일 미국 뉴스채널 MSNBC가 생중계하는 파괴식에는 시카고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포터는 손님들의 기부와 매출액을 합쳐 200만달러의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컵스는 지난해 10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3-0으로 앞선 8회 수비 때 파울볼을 관중석에 있던 스티브 바트만이 건드리는 바람에 놓친 뒤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고 최종 7차전까지 져 1945년 이후 58년 만에 눈앞에 뒀던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잃었다. 당시 살해위협까지 받았던 바트만은 공 파괴식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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