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28·롯데 마린스)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낯선 곳에 와서 고생이 많죠”라고 묻자 “오히려 기자분들이 저 때문에 고생이죠”라고 말했다.
상대 선발투수는 지난해 5년 만에 일본 프로야구에서 20승 투수에 올랐던 다이에의 에이스 사이토. 4번 1루수로 출장한 이승엽은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전날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기다리다 당했다는 판단 때문(3타수 무안타 2삼진 1볼넷).
그러나 이날도 타격 내용은 좋지 않았다. 팀 내 1루수 라이벌인 3번 후쿠우라의 2타점 적시타를 비롯해 앞선 3타자의 연속 안타로 2-0으로 앞선 무사 1루에서 등장한 첫 타석. 이승엽은 초구 바깥쪽 직구, 2구 몸쪽 커브에 이어 4구 바깥쪽 직구 모두 헛스윙해 삼진을 당했다.
1사 1루에서 맞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시범경기 첫 안타가 터졌다. 이번에도 연속 2개의 커브볼을 헛스윙한 그는 3구째도 똑같은 공이 들어오자 가볍게 맞춰 2루 베이스를 타고 흐르는 가운데 안타를 뽑아냈다. 상대 투수가 나이토로 바뀐 5회에는 선두타자로 나가 유격수 땅볼 아웃됐고 5회말 수비부터 교체됐다.
이로써 이승엽은 2경기에서 6타수 1안타 1볼넷 삼진 3개, 타율 0.167을 기록했다.
이승엽은 4회말 무사 1, 2루에서 혼마의 총알 같은 오른쪽 땅볼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잡아내 1루 주자 슐레타를 2루에서 아웃시키는 호수비를 연출했다.
이승엽은 경기 후 “다들 처음 상대하는 투수들이기 때문에 지금 타격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승엽은 당초 합의했던 ‘2년간 연봉 2억엔’보다 4000만엔이 늘어난 ‘2년간 연봉 2억4000만엔’의 계약서에 최종 사인했다.
후쿠오카=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양상문 감독 현장분석▼
“몸쪽 유인구 공략이 일본에서 성공 여부를 가늠할 최대 관건이다.”
29일 일본프로야구 다이에 호크스전을 참관한 한국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양상문 감독(사진)은 이승엽의 타격 키워드를 ‘몸쪽 유인구’로 꼽았다.
양 감독은 “불과 3타석을 봤을 뿐”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다이에 투수들은 이승엽의 약점인 몸쪽을 집중 공략했고 이에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첫 타석에서 다이에의 에이스 사이토가 2구를 몸쪽에 바짝 붙이는 원바운드성 커브를 던졌는데도 반드시 쳐내야겠다는 욕심에 오른쪽 어깨가 먼저 열리면서 스윙 궤도가 바깥에서 안으로 급격하게 들어오는 ‘아웃인 스윙’을 했다는 것. 이어 3구째 똑같은 코스의 볼은 걸렀지만 4구 바깥쪽 직구가 들어오자 이를 대처하지 못한 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반면 이에 앞서 2타점 적시타를 친 후쿠우라는 방망이가 몸에 붙은 채 돌아가는 교과서적인 스윙이었다는 평가.
그러나 양 감독은 “지금 이승엽이 스윙을 뜯어고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는 현 상태만으로도 일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최고 타자인 만큼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몸쪽 공은 과감히 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코스를 집중 공략하면 된다는 것. 물론 앞으로 몸쪽 공에 대한 적응을 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차로 1시간 거리인 고쿠라에 캠프를 차린 양 감독은 마침 이날이 휴식일이라 코칭스태프 와 함께 후쿠오카돔을 찾았다.
후쿠오카=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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