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뜩 머리를 스치는 불길한 생각. ‘국제선 비행기까지 타고 왔는데 이승엽의 경기가 취소되면 어떡하나. 시범경기는 순연도 안 되는데….’
그러나 이는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한국의 야구기자가 빠질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오류. 그랬다. 숙소인 시호크호텔 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다이에 호크스의 홈구장은 돔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미 갈색 지붕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시범경기에 비까지 내리는데 관중은 얼마나 올까. 우리보다 야구 열기는 높지만 유료니까 많이 잡아도 10배 수준인 1만명 정도겠지. 그러나 기자의 예측은 다시 한 번 빗나갔다. 오후 1시 경기였지만 오전 10시부터 꼬리를 문 관중의 행렬은 기어이 4만8000석을 모두 채웠다.
90년대 초중반 사직야구장을 보는 느낌. 그러나 그 때와 차이점은 질서 정연함이었다. 모두가 조용히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고 암표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2만 관중만 와도 주차할 데가 모자란 잠실야구장과도 사뭇 달랐다. 지하철역은 차로 5분 거리에 떨어져 있어 자가용이나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형편. 열쇠는 지하 주차장과 직영 호텔에 있었다. 야구장 밑에는 충분한 주차 공간이 있었고 35층 높이의 초대형 시호크호텔은 시범경기 개막부터 만원사례를 이뤘다. 호텔 방에서 TV 리모컨으로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색달랐다.
돔구장의 부속 빌딩인 쇼핑몰은 사흘 내내 붐볐다. 굳이 야구경기가 없더라도 이미 명소로 자리 잡은 느낌. 해변에 돈 되는 아파트 대신 체육시설을 건설한다는 발상도 국내와는 달라보였다.
코앞에 다가온 서울 돔구장 부지 선정을 놓고 교통체증 유발을 걱정해 잠실을 선호하는 서울시와 유동 인구를 앞세워 동대문을 주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양측 모두에 무엇보다 팬과 시민의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후쿠오카=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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