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서울 찍고 보스턴 갑니다”…60代 마라토너 장문영씨

  • 입력 2004년 3월 2일 17시 14분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장문영씨는 14일 서울국제마라톤에 뛴 뒤 4월19일 열리는 제108회 보스턴마라톤에서 다시 풀코스에 도전할 만큼 ‘청춘’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토로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장문영씨는 14일 서울국제마라톤에 뛴 뒤 4월19일 열리는 제108회 보스턴마라톤에서 다시 풀코스에 도전할 만큼 ‘청춘’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토로
‘조거(jogger)에서 레이서(racer), 레이서에서 다시 러너(runner)로.’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한 해 10여 차례 해외 출장을 다닐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장문영씨(64·인천 경영자협회 회장)는 달리기의 과정을 이렇게 정의 내린다.

조거는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 장씨 자신도 최근까지 조거였다. 경기고 재학 시절 핸드볼 선수를 했던 장씨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장소와 시간, 장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달리기를 선택했다.

2001년 10월 28일은 레이서 단계로 진입한 날이었다. 레이서는 빠르게 달리려는 사람. 그는 늦기 전에 풀코스에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날 경주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기록은 4시간 29분.

“우연히도 저희 부부 결혼 32주년이 되는 날이었어요. 아내에게 힘찬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습니다.”

장씨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로서 꿈을 이뤘다. 지난해 3월 동아마라톤대회에 출전해 3시간 57분에 완주했고, 이 기록으로 다음달 열리는 제 108회 보스턴마라톤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기 때문. 나이마다 기록 제한이 있는 보스턴 대회는 60대에게는 4시간 이내의 기록을 요구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라톤 축제인 보스턴 대회 출전은 모든 아마추어들에게 목표이자 꿈이지요.”

장씨는 오는 14일 열리는 2004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5회 동아마라톤에도 출전한다. 이를 위해 그는 매일 출근 전 집 근처 헬스클럽 러닝머신 위에서 7km를 달리고 매주 한 차례 퇴근길에 성수대교에서 서초구 반포동 한강 둔치까지 약 17km를 달린다.

2001년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그는 본보가 공모한 수기 마지막 구절에 이렇게 썼다. “나는 42.195km를 달렸다. 앞으로도 마라톤을 하는 정신으로 달려갈 것이다. 인내하며, 서로 격려하며….”

이제 그는 마지막으로 러너를 꿈꾼다. 러너는 명상하면서 창조적인 일을 하기 위해 달리는 사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