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포츠]小國 카타르, 스포츠이벤트 大國

  • 입력 2004년 3월 3일 18시 17분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2004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카타르. 인구 52만2000명에, 면적(1만1437km²)은 미국 코네티컷 주 하나에도 못 미치는 중동의 이 작은 나라가 스포츠를 통해 ‘강한 나라’를 꿈꾸고 있다.

남자 탁구는 세계 랭킹 60위에 불과하고 여자 탁구는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지만 91개국 600여명의 선수들을 불러 모아 대회를 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카타르는 이미 놀랍다.

카타르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걸프 타임스는 2일자 1면에 제니퍼 카프리아티, 아나스타시아 미스키나 등 여자 테니스 스타들이 카타르 전통 복장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들은 1일 개막한 카타르토털오픈테니스 대회에 출전했다.

카타르탁구협회 부회장이자 세계탁구연맹(ITTF) 임원인 압둘라 알 물라는 “우리는 20여 년 전부터 국가 이미지 개선, 경제적 발전, 각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매개라는 측면에서 스포츠가 갖고 있는 힘에 주목했고, 정책적으로 스포츠 인프라 구축에 매진해왔다”고 말했다. 카타르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 규모의 대회는 35개. 테니스 골프 뿐 아니라 육상 마라톤 축구 스쿼시 자동차 경주 등 종목도 다양하다.

카타르가 스포츠 이벤트 대국이 된 데에는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로 얻는 엄청난 수입이 밑바탕이 됐다. 카타르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2만100달러(2002년 기준). 그러나 비슷한 여건의 다른 중동 국가들과 차별되는 점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육성의 부수적인 효과와 변화는 도하 시 곳곳에서 눈에 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카타르국제전시장은 걸프해 연안에 있는데 경기장 주변 반경 2.5km 이내에 십여 개에 이르는 고층 건물들이 건설 중에 있다. 또 각종 대회를 유치하면서 조성한 공원 호텔 등은 카타르를 신흥 관광 대국으로 인도하고 있다.

1971년 9월 영국 식민지로부터 독립한지 30여년 밖에 되지 않은 신흥 국가 카타르. 이 나라가 중동의 사막 위에 건설하고 있는 ‘스포츠 유토피아’가 궁금해진다.

도하(카타르)=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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