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보니 연 평균 150억원 안팎의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8개 구단은 해외전훈으로 생기는 고비용까지 떠맡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팀당 30일에 30명 안팎이었던 전훈 규모는 경쟁이 심한 요즘 들어선 50일에 50명 선을 육박한다. 많이 쓰는 구단은 전훈 비용만 1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시즌이 끝나면 대부분의 구단은 유망주를 대상으로 한 마무리 훈련을 또 해외에서 한다. 이쯤 되면 8개 구단이 한해 해외에 쏟아 붓는 예산은 못해도 100억원은 족히 된다.
그렇다고 훈련 효과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미국은 기존의 양대 리그와는 달리 팀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플로리다에선 그레이프프루트(자몽)리그, 애리조나에선 캑터스(선인장)리그가 가동돼 시즌 개막 직전까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습경기나 시범경기를 치른다. 팀을 둘로 나눠 하루에 2경기를 할 때도 있다. 팀이 밀집해 있어 얻는 시너지 효과다. 일본도 마찬가지.
반면 가장 많은 돈을 쓰고도 해외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하는 우리 구단은 야구장 구하기부터 전쟁이다.
좋은 데는 이미 본토 구단이 싹쓸이했고 기껏 보조구장이나 시립구장을 이용해야 한다. 그나마 이도 모자란다. 지난달 말 호주에서 일본으로 이동한 롯데는 오키나와로 갈 예정이었지만 훈련할 데가 없어 후쿠오카 인근의 소도시 고쿠라로 방향을 바꿔야 했다. 하와이에서 오키나와로 온 삼성은 메뚜기처럼 SK와 LG의 훈련장을 전전하다 여의치 않자 일정을 사흘 앞당겨 5일 귀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LG 이순철 감독의 한 마디가 귀 기울일 만하다.
“한해 100억원이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번듯한 훈련구장 1∼2개쯤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국내가 춥고 바람도 세다고 하지만 서귀포 시 정도면 열악한 여건의 외국에 비해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또 전훈을 국내에 유치함으로써 파급되는 경제효과는 물론 프로야구의 인기몰이에도 한몫을 단단히 할 것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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