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통령’ ‘농구 천재’ ‘농구 9단’…. 최고의 수식어와 함께 코트를 누빈 허재(TG·39)가 올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은퇴한다.
불혹의 나이로 TG삼보의 2003∼2004 애니콜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허재는 8일 한국농구연맹(KBL) 사무실에서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했다. 10세 때인 상명초등학교 4학년 때(1975년) 처음 농구공을 잡은 이후 꼭 30년째 되는 해에 코트를 떠나는 것.
현역 최고령 농구선수인 허재는 용산고를 거쳐 한기범 김유택 등과 함께 중앙대 전성시대를 연 주인공. 타고난 볼 감각을 지닌 가드인 허재는 88년 기아자동차에 입단해 91, 92, 95년 3차례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고 97∼98시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하는 등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또 1984년에 국가대표에 선발돼 88서울올림픽과 96애틀랜타올림픽에 참가하는 등 1999년까지 15년간 태극마크를 달았다. 프로농구에서는 통산 365경기에 출장해 4524득점(역대 9위), 1148리바운드, 1572어시스트(4위), 508스틸(4위·이상 정규리그 플레이오프 포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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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는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2년간 미국으로 농구연수를 떠날 계획. TG는 그의 등번호 9번을 영구결번하고 허재농구장학재단 설립을 검토 중이다.
▼“2년간 美연수… 지도자 길 걷고 싶어”
다음은 허재와의 일문일답.
―30년간의 농구생활을 마감하는데….
“그동안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보살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훗날 한국농구연맹(KBL)에 종사하며 농구인으로서 끝까지 남고 싶다.”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카리스마를 내세우기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따라올 수 있도록 부드러움을 갖고 이끄는 감독이 되고 싶다. 중고교 선수를 1명씩 선발해 후원하는 형식으로 후배들을 돕는 데 앞장서겠다.”
―플레이오프가 아직 남았는데….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플레이오프에는 출장시간을 늘려서 꼭 통합우승을 한 뒤 화려하게 은퇴식을 갖고 싶다. 은퇴경기는 구단측에서 결정할 것으로 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시즌 우승이 가장 최근 일이라 기억에 남는다. 꼭 우승하고 은퇴하겠다는 구단과의 약속을 지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15년간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중국을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 ―농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경기는 어차피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승부욕을 갖고 임해야한다는 생각이다. 매사에 승부욕이 중요하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허재는 누구?▼
△1965년생
△1984년 용산고 졸업
△1988년 중앙대 졸업
△1988년 기아자동차 농구단 입단
△1998년 나래(현TG삼보) 농구단 입단
△86서울아시아경기 88서울올림픽 92바르셀로나올림픽 96애틀랜타 올림픽 참가.
▽수상경력
△농구대잔치 MVP 3회, 농구대잔치 베스트5 6회, 97∼98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MVP, 99∼2000 프로 농구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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