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케냐의 모세스 타누이(39·사진)는 한국을 다시 방문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나이로 보면 ‘불혹’인 그는 88서울올림픽때 케냐 대표선수로 출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 당시 1만m에서 8위로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올림픽이 열릴 때 첫 아들을 봐 서울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단다. 아들의 애칭을 ‘올림픽 보이’로 부르고 있을 정도.
97년 조선일보춘천마라톤에 출전한 적이 있긴 하지만 국제대회로 한국을 오는 것은 올림픽 이후 처음.
만나자마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며 한국말을 술술 내뱉는 게 한국에서 몇 년은 산 사람 같다. 88서울올림픽 때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배운 한국말을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는 것. 당시 남대문 시장에 들렀던 기억도 생생하다. “남대문 시장엔 없는 게 없었다. 값도 아주 쌌다. 많은 것을 샀는데…. 아직도 그대로 있는지 모르겠다”고 궁금해 했다.
타누이는 93년 마라톤에 데뷔, 98보스턴을 제패하는 등 지금까지 풀코스 완주만 20회를 넘게 뛴 백전 노장. 하지만 아직도 우승에 대한 집념은 대단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케냐 해발 2400m 지역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젠 1∼2년 더 뛴 뒤 코치로 전업할 생각. 타누이는 “지금도 마음은 우승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만간 내가 선수들을 키워 서울국제마라톤에 출전시켜 꼭 우승시키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