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야구 살리기’ 정치판의 힌트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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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금요일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선 이튿날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8개 구단 단장과 홍보팀장 모임이 각각 열렸다.

이들이라고 제대로 일손이 잡힐 리 만무. 어떻게 하면 프로야구의 인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기 위해 모였지만 잠시도 눈을 TV에서 떼지 못했다.

그곳에는 스포츠의 극적인 요소가 총망라돼 있었다. 물론 스포츠맨십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의장석을 선점한 여당과 이를 뺏기 위해 스크럼을 짜고 역할분담을 하는 야당의원의 힘겨루기는 미식축구 경기를 보는 것 같았다. 온갖 격투기 장면이 연출됐고 끝까지 의장석을 사수하려던 한 의원의 모습은 레슬링의 파테르 자세를 연상케 했다.

“정치판이 이렇게 박진감이 있으니 프로야구가 흥행이 될 리가 있나.”

한 쪽에서 자조 섞인 농담이 흘러나왔고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그 속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국민들은 하나같이 “정치를 혐오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이슈가 터지면 월드컵 때 붉은악마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올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프로야구는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물론 팬들의 애정이 완전히 식어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비록 야구장을 직접 찾는 오프라인 팬은 줄어들었지만 현안이 생길 때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게시판을 도배하는 네티즌과 TV나 인터넷 중계를 통해 빼놓지 않고 보는 온라인 팬은 오히려 늘어난 게 사실.

그러면 이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치판과 비교해보면 해답이 보일 듯도 하다. 스타 마케팅과 팬 서비스를 통해 당원과 지지자에 해당하는 골수팬의 확보, 유망주 발굴과 경기력 향상을 통한 박진감 넘치는 경기의 연출, 온 가족이 쾌적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운동장 시설의 개선 등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해답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전부터 나와 있었던 것. 다만 그 실천과 노력 여부는 오로지 야구인과 관계자의 몫일 것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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