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원정을 앞두고 기분전환 삼아 가진 가벼운 산행이었지만 엄씨는 오히려 근심거리를 안고 내려왔다. “일반 등산객들이 기본수칙도 지키지 않고 바위를 타는데 얼마나 위험하던지….” 보다 못한 그는 즉석에서 꼭 지켜야할 수칙을 알려주고 장비사용법에 대한 시범까지 보였단다.
“3살 때부터 원도봉산 자락에서 커서 제겐 앞마당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도 아직 산행 나설 때면 돌발 상황이 생길까봐 걱정돼요, 몇 번 다녀본 루트라고 방심하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집니다.”
엄씨는 특히 해빙기인 3월 산행은 주의할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일년 중 날씨가 가장 변덕스러운데다가 바람까지 거세기 때문.
가장 큰 문제는 기온. 엄씨가 등반에 나선 14일 서울 최저기온은 영상 4도. 하지만 원도봉산 정상의 기온은 영하 2도까지 내려갔다. 여기에 초속 10m의 강풍이 불면 체감기온은 영하 12도까지 떨어진다.
엄씨는 3월 산행엔 땀 흘린 뒤 갈아입을 속옷은 물론 기온하강에 대비해 꼭 여분의 오리털파커 등을 챙길 것을 권했다. 파커는 꼭꼭 눌러 접어 부피를 줄인 뒤 배낭에 넣어 둔다. 비상시를 대비한 초콜릿, 호두, 건포도 등도 필수품.
그는 특히 “잔설이 남아 있고 바위에 얼음이 얼어 평소보다 등반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운행시간을 짧게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만일 조난을 당했을 때는 돌아다니지 말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우선. 엄씨는 “동료들이 길을 찾는다고 여러 갈래로 갈라지지 말고 함께 있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헤어졌다가는 또 다른 조난을 부를 수 있기 때문. 산에선 휴대폰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므로 여분의 배터리를 미리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추위를 피하겠다고 술을 마시는 것은 자살행위. 체력이 떨어졌을 때 술을 마시면 오히려 컨디션을 더 나쁘게 만든다는 이유다.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만 믿지 말고 전문산악인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것이 중요하다. 엄씨는 “경험만으로 몇 번은 어려운 릿지 등반도 할 수 있지만 기본 수칙과 장비 사용법을 모르면 언젠가는 사고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77년 토왕빙폭 초등에 성공한 박영배씨가 운영하는 북한산등산학교(www.bukhansancs.co.kr)와 김용기등산학교(www.kimcs.com), 코오롱등산학교(www.mountaineering.co.kr) 등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등반 교육을 하고 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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