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대표팀은 지난달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국민체력센터에서 전 선수들을 대상으로 체력테스트를 실시했다. 2006독일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선수기용의 자료로 삼기 위해서였다.
23일 대한축구협회가 이 체력 테스트 자료와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분석을 종합한 결과 뜻밖의 결론이 나왔다. ‘한국축구는 체력은 달리지만 이를 정신력으로 만회한다’는 게 그동안의 정설. 그러나 실제 월드컵대표선수들의 체력은 세계 정상수준인 독일 잉글랜드 스페인과 대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력테스트 결과 선수들의 평균 최대산소섭취량은 65∼70mL/min, kg(체중 1kg당 1분간 산소섭취량). 이는 마라톤 선수가 평균 80,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현 체육진흥공단 감독)가 현역시절 83으로 가장 높았던 점과 비교하면 대단한 수준이다.
포지션별로는 미드필더들이 70을 약간 상회했고 스트라이커와 수비수들이 60∼65로 미드필더들이 가장 많이 뛴다는 얘기.
문제는 정신력. 특히 2002월드컵을 뛴 선수나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보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에게서 투지 부족이 두드러진다는 게 월드컵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결론이다. 대표팀의 피지컬 트레이너 조세 아우구스투 코치(56)는 “지난해 베트남과 오만에 패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며 “2006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표팀 조련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대목이 바로 정신력 강화”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 쿠엘류 감독이 최고로 꼽고 있는 선수는 유상철(33·요코하마 마리노스). 그는 상체근력 테스트(벤치프레스 40kg)에서 44개(평균 30개)로 최고를 기록했고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수비수 등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 쿠엘류 감독은 베트남 오만전의 가장 큰 패인을 정신적인 리더인 유상철의 결장으로 꼽고 있을 정도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포지션 경쟁통해 정신무장”…아우구스투 대표팀코치 인터뷰
“축구는 전투다. 이겨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세 아우구스투 코치(사진)는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선 정신 무장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신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있나.
“현재로선 포지션 경쟁이 최선의 방법이다. 선후배 따지지 말고 최고의 컨디션과 투지를 보이는 선수를 스타팅으로 내보내면 자연스럽게 전투적이 된다.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정신력을 강화할 방법도 있다.”
―월드컵팀에서 돋보이는 선수가 있나.
“(팀워크를 위해 특정 선수를 칭찬하면 곤란하다는 듯 잠시 주저하다) 유상철이다. 실력도 있지만 정신력이 가장 뛰어나다. 후배들이 흔들릴 때 다독거리며 안정시키는 능력도 탁월하다. 팀의 구심점이다. 쿠엘류 감독이 자신의 현역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특히 아낀다.”
―월드컵 4강은 다시 가능하다고 보나.
“솔직히 한국팀을 맡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월드컵 4강을 이룬 팀에서 우리가 성취할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험을 걸고 싶었다.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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