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석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오산 고등학교 2학년 재학시절 우연히 한 대학 산악부의 '마나슬루 등정' 환영 퍼레이드를 구경한 후부터 산악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오로지 산을 오르기 위해 자신의 온 삶을 바쳤고, 갖은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굳건하게 그 꿈을 하나씩 이루어 나갔다.
1993년 아시아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으로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1997년 1년 동안 해발 8,000m 이상의 고봉을 여섯 곳이나 정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2001년 8월, 드디어 모든 산악인의 목표이자 꿈인 히말라야 8,000 미터 급 14개 고봉을 세계 최단 기간에 올라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알피니스트로 등극했을 뿐 아니라 2004년1월에는 남극점을 정복, 세계 최초로 기록될 '산악인 그랜드 슬램'에 성큼 다가섰다.
단 1%의 가능성만 있으면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고 도전하는 굳건한 정신력이 현재와 같은 대기록을 이루 된 원동력이다. 그렇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이룬 기록 보다 그의 인간미가 더 멋지다고 말한다. 자기 보다 남을 먼저 챙기고 자기를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의리의 인간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그를 '진짜 사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산은 내게 있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히말라야 8천 미터 급 14개 산 봉우리와 세계 7개 대륙의 최고봉 등정을 이루기까지, 사십 차례 이상의 최고봉을 오르내리는 동안 쉽고 안전한 등반은 단 한번도 없었다. 목숨을 건 위험한 등반, 그 속에서 나는 삶을 생각하고 신의 존재와 인간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인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늘 최선을 다했다. 지금까지 내 몸처럼 아끼던 동료 일곱을 산에서 잃었고 나 역시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겨왔다. 지금 이 순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기적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살아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꿈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수 있기 때문이다.
원정대 꾸릴 때의 경제적인 고충, 산악인이나 탐험대에 대한 낮은 사회인식, 가정에 충실 할 수 없는 어려움 등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의 대가는 결코 만만치 않지만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내게는 아직 목표가 남아있고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으며 이만하면 아직 젊지 않은가.
산 사나이로 살았던 20년 동안의 강렬한 경험과 소중한 깨달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 세계가 얼마나 넓고 놀라운 곳이지, 자연이 얼마나 위대하며 아름다운, 결코 쉽지 않은 인생살이도 험준한 산을 오르는 것처럼 씩씩하고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알게 되었으면 한다.
권력, 사랑, 행복 등 각자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이든 그 것은 결국 죽음을 맞이해야 우리 삶의 운동력이 되어준다. 내게 그 것은 산이었고 그 목표를 향해 원 없이 매진했기기에 감히 내 인생은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자서전-산악인 박 영석 대장의 끝없는 도전(김영사)-에서>
연국희기자 ykook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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