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1분29초로 깜짝 우승한 정남균은 8일 소속팀인 삼성전자 마라톤팀 백승도 코치에게서 손찌검을 당한 직후 숙소를 떠났고 16일 사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정남균은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를 꺼렸지만 주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폭행 후유증으로 목과 옆구리가 아파 병원 신세까지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지쳐 이제 마라톤을 그만두고 싶습니다. 발과 무릎, 허리 등 몸의 왼쪽 부위가 계속 아파 더 이상 뛸 수 없습니다. 또 코칭스태프와의 충돌도 있고….”
25일 서울 세종대 운동장에서 만난 정남균은 “나쁜 일은 다 잊기로 했다.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일단 군복무부터 마치고 뭘 할지를 결정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어머니 서영애씨(44)는 “자식의 장래에 관한 일이라 자세히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남균이가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는 것만 알았으면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은 “훈련 과정에서 코치가 가벼운 손찌검을 한 일은 있었지만 정남균이 은퇴한 것은 그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동안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실망이 컸다. 그런데 갑자기 운동을 그만두고 군대 간다며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정남균은 한국체대 재학시절인 2000년 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이봉주의 뒤를 이을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단한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남균을 키운 김복주 한국체대 교수는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충분히 메달권에 들 수 있는 선수인데 불미스러운 일로 마라톤을 그만두겠다고 하니 너무 안타깝다”며 “상무에 가서 계속 운동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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