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투어2004배구 개막을 한달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활약 중이던 김호철(49) 감독으로 선장을 바꾼 것은 현대캐피탈의 도박이었다. 이 도박은 난파직전의 현대캐피탈이 결승까지 진출하면서 일단 성공했다.
이제 배구팬들의 관심은 현대캐피탈이 27일부터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대회 8연패를 노리는 삼성화재와 어떤 승부를 펼칠 것이냐에 쏠려 있다.
김호철 감독은 당장 우승을 장담하지는 않는다. “삼성화재는 좀처럼 약점을 찾을 수 없는 최강의 팀입니다. 우리가 지금 전력으로 우승하겠다고 한다면 팬이 웃을 겁니다.”
현대캐피탈은 올 정규투어 삼성화재와의 7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매 경기 0-3으로 패하다 4번째 경기에서 겨우 한 세트를 따낸 것이 고작.
그렇다고 지략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김 감독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시즌 정상등극을 위해 올 시즌 반드시 삼성화재의 연승행진만은 저지하겠다는 것. 삼성화재는 현재 역대 최다인 겨울리그 76연승을 기록 중이다.
삼성화재를 깰 비책을 묻자 김 감독은 “그것만은 비밀”이라고 손을 저었다. 삼성화재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미리 밝힐 수는 없다는 얘기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전력분석관을 긴급 수혈한 것도 ‘삼성화재전 1승’을 위한 의지의 표현. 지난 16일 입국한 트레비소 시칠리아팀의 전력분석관 도미니코 라사로(53)씨는 87년 트레비소에서 뛰었던 김 감독과 인연을 맺은 뒤 김 감독이 이탈리아청소년대표팀을 맡았을 때도 힘을 모았던 특급 참모다. 라사로씨는 ‘다타 볼리’라는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삼성화재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 특성을 김 감독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김 감독은 “3경기 정도 데이터를 누적하면 선수 개개인의 특징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며 “데이터대로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모르고 대응하는 것보다는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고 밝혔다.
데이터 배구로 무장한 김 감독이 삼성화재의 연승행진을 저지할 수 있을까.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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