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밉다 미워”…앙숙 TG-KCC 챔프전 충돌 ‘폭풍 전야’

  • 입력 2004년 3월 26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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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우 KCC감독
신선우 KCC감독
2003∼2004프로농구 TG삼보-KCC의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9일 개막을 앞두고 양팀 사령탑이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는가 하면 정체 모를 괴담까지 나돈다.

TG와 KCC는 소문난 앙숙. 전력상 막상막하의 라이벌인 데다 갖가지 ‘구원’까지 얽힌 터. 그래서인지 외나무다리의 대결을 앞둔 양팀 캠프는 필승의 각오를 넘어 ‘적의’까지 드러내 보이고 있다.

두 팀의 갈등은 200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TG는 선수 트레이드 과정에서 KCC가 약속을 어겨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감정이 상한 TG는 화풀이라도 하듯 2002∼2003시즌 KCC에 6전 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시카고 용병 트라이아웃에서 TG 전창진 감독과 KCC 신선우 감독은 잠시 화해한 듯 보였으나 올시즌 다시 폭발했다.

TG는 KCC가 모비스로부터 바셋을 임대형식으로 편법 트레이드한 것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당시 TG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트레이드를 막으려고 했으나 KCC는 합법절차임을 주장한 끝에 한국농구연맹(KBL)의 승인을 얻어냈다.

정규리그 막판에도 정면충돌했다. KCC가 모비스전에서 우지원의 3점슛왕 등극을 밀어주자 TG는 다음날 전자랜드전에서 문경은에게 무려 22개의 3점슛을 허용했다. 기록 밀어주기가 도마에 오르자 전 감독은 “도둑질은 그쪽이 먼저 했는데 내가 더 큰 도둑으로 몰린 기분”이라고 항변했다. 신 감독은 ‘도둑’ 운운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창진 TG감독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KCC는 TG가 데릭스의 부상으로 아이크까지 3명의 용병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신경을 건드렸고 TG는 베스트5 선정을 놓고 KCC의 로비설을 주장했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손’이 특정 팀의 챔피언 등극을 돕는다는 괴담까지 흘러나온다.

두 감독은 용산고 8년 선후배 사이. 후배인 전 감독은 “KCC에는 가슴에 응어리가 져 있어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신 감독은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며 신경 쓰지 않겠다. 시간이 지나가면 진실을 알게 된다”고 애써 태연한 표정.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분위기. 이에 농구인들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화내는 감독이 진다”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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