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엘류호’는 지난해 10월 베트남(0-1)과 오만(1-3)에 연패를 당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따라 정신력을 가다듬어야 할 마당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20위나 아래인 몰디브(142위)와 다시 비겼으니 ‘쿠엘류 탄핵’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축구협회는 대표팀이 귀국하는 대로 기술위원회를 열어 ‘몰디스 쇼크’ 후속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히딩크와 쿠엘류=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장악하고 파워프로그램으로 한국을 4강에 올려놓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세종대 교수)은 “히딩크 전 감독과 쿠엘류 감독을 비교해선 안 된다. 선수들을 몇 개월씩 맡기고 모든 지원을 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는 “쿠엘류 감독에겐 카리스마가 없다”고 말한다. 선수들을 장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 여기에 축구 색깔도 불분명하고 선수와의 의사소통, 코칭스태프의 역할분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원군이어야 할 협회와의 관계에서도 수동적인 자세라는 비판이다.
▽자만에 빠진 선수와 협회=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애국심과 사명감보다는 상업적인 것에 휘둘린다. 스폰서나 신경 쓰고 대표팀을 단순히 몸값을 올리는 기회로만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월드컵을 통해 눈만 업그레이드 됐다. 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키기보다는 다른 것에 신경을 쓰니 제대로 경기에 임할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표팀 구성과 선수소집, 훈련 등에서 기술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쿠엘류의 거취 및 향후 일정=대표팀은 2일 오후 귀국한다. 협회는 다음주 중 쿠엘류 감독을 출석시킨 가운데 기술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협회는 “쿠엘류 감독의 계약기간은 7월 아시안컵 본선까지 보장돼 있다”며 경질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쿠엘류 감독에 대한 축구인의 불신과 팬들의 실망이 워낙 커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쿠엘류 감독은 몰디브와의 경기가 끝난 뒤 “모두 내 책임이다. 다시는 이런 결과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대표팀은 28일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치른 뒤 6월 9일 베트남과 예선 3차전을 벌인다.
쿠엘류 감독에게는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몰디브戰 네티즌 반응▼
“한국 축구, 아시아의 동네북으로 전락.”(대한축구협회 게시판)
“몰디브 충격, 만우절 농담인가.”(사커월드 게시판)
“굴욕적인 스코어.”(로이터통신)
지난달 31일 몰디브와의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안팎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축구 커뮤니티사이트인 ‘사커월드’ 게시판은 하루 만에 “대표팀은 기본기도 정신력도 엉망이었다”고 비난하는 수백건의 글들로 ‘도배’됐다.
네티즌 최윤수씨는 협회 게시판에서 “한국팀은 아시아 축구 발전을 위해 연습게임(스파링) 상대 해 주러 해외원정을 다니는가. 오만 베트남에 이어 몰디브까지…. 이제 위문공연은 집어치워라”고 비꼬았다.
비난은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에게 집중됐다. “색깔도, 비전도, 지도력도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커월드 게시판에서는 대신 누구를 감독에 앉혀야 할지 벌써부터 논쟁이 한창이다.
네티즌 신동일씨는 협회 게시판에 국제축구연맹(FIFA) 보고서를 인용해 “외국인 감독을 초빙할 때 후임 감독이 전임 감독의 팀 지도 방침을 급격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며 “히딩크 전 감독과 지도 스타일이 다른 쿠엘류 감독의 기용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AFP통신은 “몰디브는 아시아 최강 한국에 비김으로써 아시아 축구 사상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고 전했고 AP통신은 “97년 월드컵 예선에서 이란에 0-17로 졌던 몰디브의 국민은 한국과의 무승부에 축제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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