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KCC “TG 허재를 막지마라”

  • 입력 2004년 4월 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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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0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계륵’ 신세가 된 허재. 올 챔피언결정전을 끝으로 은퇴하는 그는 남은 경기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며 멋지게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싶어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3-200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계륵’ 신세가 된 허재. 올 챔피언결정전을 끝으로 은퇴하는 그는 남은 경기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며 멋지게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싶어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프로농구 KCC 신선우 감독의 ‘TG 허재(사진) 띄워주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신 감독은 TG와의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풍부한 경험에 몸 상태까지 좋아 보인다”며 허재를 은근히 띄웠다. 허재의 건재는 선수층이 얇은 TG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 마침 허재는 신 감독의 용산고 10년 후배. 그렇다면 신 감독의 말은 지극한 ‘후배 사랑’의 표현일까.

천만에. 원주 1, 2차전을 보면 신 감독의 속뜻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1차전에선 경계인물로 지목했던 허재를 단단히 막아도 시원찮을 판에 손쉬운 득점기회를 자주 내줬다. 허재는 이날 21분을 뛰며 3점슛 3개를 포함해 14득점을 올렸다. 2차전에서도 6점에 그치긴 했지만 18분을 소화하며 허술한(?) 수비 속에 3점 슛을 4개나 던졌다.

허재와 매치가 된 KCC 이상민은 “어느 정도 점수를 줘도 괜찮으니 느슨하게 풀어주라는 감독의 주문이 있었다”며 빙긋 웃었다.

어찌된 영문일까. 답은 이렇다. KCC로선 허재가 볼을 오래 갖고 있으면서 공격에 자주 가담해야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TG의 주전 포인트가드 신기성 역시 드리블을 많이 하는 스타일. 이들이 동시에 코트에 나설 땐 볼 흐름이 나빠져 조직력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

허재가 공격을 주도하다보니 TG의 외곽슈터 양경민과 홀은 1, 2차전에서 각각 평균 6점, 8.5점에 그치며 침묵했다. KCC는 허재를 풀어주는 대신 TG의 확률 높은 골밑 공격을 막는 데 주력했다.

수비에서도 스피드가 떨어지는 허재가 코트에 나서다보니 번번이 구멍이 뚫려 2차전에선 이상민에게 양팀 최다인 24점을 허용했다. KCC는 이런 공수 전술이 효과를 보면서 적지에서 2연승을 내달렸다. 두 경기에서 자존심을 상한 허재는 2차전 경기 막판 종료 버저가 울리기도 전에 고개를 숙인 채 체육관을 빠져 나갔다. 대선배의 이런 모습에 TG 벤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TG 전창진 감독은 “KCC의 의도를 충분히 알고 있다. 사실 허재의 출전 시간 조절이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30년 농구인생을 마감하는 터에 보름 넘게 술까지 끊으며 의욕을 보이는 허재를 마냥 벤치에 앉혀둘 수도 없는 게 감독의 고민이다.

최희암 MBC 해설위원은 “TG는 공격보다 먼저 수비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따라서 체력이 달리는 허재는 간간이 써먹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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