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스포츠카페]아빠 신치용-엄마 전미애-딸 신혜인

  • 입력 2004년 4월 11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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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는 딸이 잘 돼야죠.” 남자 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왼쪽)과 농구 국가대표 출신 부인 전미애씨(오른쪽) 부부는 자나깨나 딸 생각밖에 없다. 권주훈기자
“우리보다는 딸이 잘 돼야죠.” 남자 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왼쪽)과 농구 국가대표 출신 부인 전미애씨(오른쪽) 부부는 자나깨나 딸 생각밖에 없다. 권주훈기자
흔히 아무리 뛰어난 선생님이라도 제 자식만큼은 잘 못 가르친다고 한다.

최근 끝난 2004V투어배구에서 8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49)과 79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준우승 주역인 국가대표 명포워드 출신 전미애(45)씨 부부는 어떨까.

이들 부부의 둘째딸은 ‘스포츠 얼짱’으로 이름난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쿨캣의 신혜인(19).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신세계에 입단한 신혜인은 데뷔 첫해 17경기에 출전, 경기당 평균 4.9득점, 1.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신인 치고는 꽤 괜찮은 성적. 그 밑바탕엔 신 감독과 전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신 감독은 시즌 초반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의기소침한 딸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결코 서둘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격려했다. 전씨는 딸의 프로 데뷔이후 만사를 제쳐둔 채 거의 전 경기를 따라다니며 응원을 했다. 전씨는 신혜인이 숙명여중시절 직접 가르쳤던 스승이기도 하다.

“데뷔 첫해 그만하면 못한 건 아니죠. 혜인이가 소질은 있어요. 신체조건도 좋은 편이고. 앞으로 자기 노력여하에 따라 더 발전할 겁니다”(신치용)

“혜인이는 생각이 아주 긍정적이예요.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안되는 것을 지적하면 적극적인 자세로 받아주니 고맙죠”.(전미애)

오히려 데뷔 성적에 불만인 사람은 신혜인.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는데 경기도 하기 전에 엉뚱한 ‘얼짱 바람’ 때문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다는 것.

신혜인은 한 인터넷 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자신이 얼짱 1위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지나면 잠잠해지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뒤에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상황이 더 나빠졌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부진한 경기를 펼쳤는데도 ‘왜 못했는지’ 인터뷰에 시달려야 했던 일.

이때 신감독이 딸에게 격려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혜인아, 신경 쓰지 마라. 큰 선수가 되려면 주위의 관심뿐만 아니라 비난 속에서 크는 거야’

당시 상황에 대해 전씨는 “혜인이가 정신을 집중하지 못해 코트에 서면 마치 발이 허공에 떠다니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신혜인에게 부모의 명성은 부담이 아니다.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 “두 분 모두 운동을 하셨기 때문에 힘든 것도 알고 못해도 왜 못했느냐고 질책하지 않아 편하다”는 신혜인은 “그러나 운동만큼은 엄마 아빠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다”며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배구선수출신인 아버지와 농구선수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신혜인이 농구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신 감독은 “어릴 때부터 엄마가 어머니농구교실에 데리고 다니다 보니 자연히 농구와 가까워졌다”며 “체격도 배구보다는 농구에 맞아 아쉽지는 않다”고 했다.

신혜인은 어머니 전미애씨의 현역 때 플레이를 쏙 빼닮았다. 피벗이나 스텝인 플레이는 전씨와 너무나 흡사해 농구인들도 깜짝 놀란다.

신혜인의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단순 명확하다. “아빠요? 아마 운동시킬 때만 선수들이 싫어할 걸요”

딸의 지적처럼 신 감독은 연습 때 선수들에게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신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프로의 자격은 두 가지. 바로 ‘자기 절제’와 ‘끝없는 자기 준비’ 딸이라고 이런 원칙에서 예외는 아니다. “난 다른 것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 원칙만 지키고 열심히 하면 더 뭘 바라겠습니까”라는 것이 신 감독의 말.

그래도 자식에게 부족한 것은 없을까. 신 감독은 근성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불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씨의 관점은 다르다. 딸의 근성은 누구 못지않지만 플레이 스타일이 근성 없게 보인다는 것. 전씨는 “농구선수의 경우 자세가 높으면 준비가 안돼 있고 느려 보이는데 혜인이가 그래서 피해를 본다”고 딸을 옹호했다. 신혜인도 “아빠 욕심에 그렇게 보이는 거지 남에게 절대 지지 않는다”며 반격에 가세한다.

모녀의 희망은 소박하다. 외모보다는 농구 잘하는 신혜인으로 기억해 달라는 것. “대부분의 프로선수들이 기량을 꽃피우는데 3∼4년이 걸리지 않습니까.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신치용은 누구▼

△생년월일=1955년 8월26일생

△출신학교=성지공고-성균관대

△가족관계=전미애씨와 2녀

△키=1m85

△취미=골프, 등산

△주요경력=배구 국가대표(세터), 국가대표 감독, 삼성화재 감독(95년∼현재)

▼전미애는 누구▼

△생년월일=1960년 4월24일생

△출신학교=숙명여고

△키=1m77

△취미=뜨개질

△주요경력=농구 국가대표(포워드), 전 숙명여고 코치, 전 국일정공 감독

▼신혜인은 누구▼

△생년월일=1985년 6월24일생

△출신학교=대도초등-숙명여중-숙명여고

△키=1m83

△농구 시작=초등 4년

△현 소속팀=신세계(포지션-포워드)

△취미=십자수, 뜨개질

△주요경력=중고농구연맹회장기 최우수선수(고 3) 주니어국가대표(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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