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KCC 5년만에 정상…MVP 이상민 “허재兄, 미안해”

  • 입력 2004년 4월 11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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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KCC 이상민. 원주=연합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KCC 이상민. 원주=연합
“이번에도 우승 못하면 머리 깎고 치악산으로 들어가겠다고 집사람에게 말했습니다.”

10일 2003∼2004 애니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KCC 이상민은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KCC의 전신인 현대 시절 97∼98시즌 챔피언 반지를 끼었으나 정작 챔프전 MVP는 준우승팀 기아의 허재가 차지했고 98∼99시즌에도 정규리그 MVP 2연패를 달성하고도 챔프전 MVP는 동료 조성원에게 넘겨주었다.

이 때문인 듯 “굉장히… 다시 우승해보고 싶었다” 던 게 그의 말. 그렇지만 한편으론 기분이 착잡했다고 말했다. “허재 형에게 마지막 승리를 안겨 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표팀 생활을 같이 해 정도 많이 들었고 한국농구에서 그런 선수가 다시 나오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그는 새벽 4시까지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결론은 “그래도 꼭 우승하자”였다.

“사실 저도 이미 서른 둘 인데 지금 우승 못하면 앞으로도 우승할 기회가 더 이상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동료들에게도 말했습니다. TG보다 한 발씩만 더 뛰자고. 저 자신도 오전에 집사람에게 전화하며 승리를 다짐 했습니다”

그는 최종 7차전에서 공수를 조율하며 승리를 이끌었고 신선우 감독으로부터 “전성기 때의 수비 능력이 되살아났다. MVP감으로 충분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결국 그는 ‘영구결번 9’라고 쓰여진 허재 은퇴기념 대형 유니폼 밑에서 MVP시상식을 가졌다.

“오늘 이 상은 동료들이 모두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제가 대신 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상소감을 말하고 난 그는 체육관을 빠져 나가는 길에 TG 관계자에게 살짝 말했다.

“허재형 은퇴 식에 꼭 불러주세요” ‘농구 대통령’ 허재가 떠난 자리에 이상민이 있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정규리크 챔프 TG에 4승3패▼

KCC가 TG삼보를 제치고 5년 만에 프로농구 정상에 다시 올랐다.

KCC는 10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03∼2004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마지막 7차전에서 이상민(8득점, 9어시스트)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바셋(25득점, 15리바운드, 8블록슛)의 골밑 장악에 힘입어 정규리그 챔피언 TG를 83-71로 누르고 4승3패로 우승컵을 안았다.

KCC는 현대 시절인 97∼98시즌과 98∼99시즌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챔피언에 올랐고 TG는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KCC 이상민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65표 가운데 31표를 얻어 민렌드(19표)를 제치고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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