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피해 다닐 수만도 없는 노릇. 같은 지구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 애너하임과의 대결은 불가피하다. 오히려 당당하게 맞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다. 애너하임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G.A.G맨을 울려라!!
1. 데이빗 엑스타인(SS) 2. 대런 얼스태드(1B) 3. 블라디미르 게레로(RF) 4. 개럿 앤더슨(CF) 5. 트로이 글로스(3B) 6. 호세 기옌(LF) 7. 팀 새먼, 제프 다바논(DH) 8. 호세 몰리나(C) 9. 아담 케네디(2B)
1번부터 9번까지, 라인업을 확인하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네임벨류는 물론, 기동력과 장타력, 여기에 조직력까지 겸비한 애너하임 프랜차이즈(캘리포니아 에인절스 포함) 사상 최고의 타순이다.
특히 게레로(Guerrero), 앤더슨(Anderson), 글로스(Glaus)로 이어지는 ‘G.A.G’ 중심 타선은 박찬호가 반드시 무너뜨려야 하는 상대. 세 선수는 120개의 홈런과 350타점을 합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찬스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과시한다. 시즌 첫 4경기에서 합작한 6개의 홈런과 13타점은 이들의 화력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 낮은 쪽에 볼이 제구 되어야만 장타를 피할 수 있다.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라인업이지만, 오히려 박찬호로서는 지난 오클랜드전보다 편한 상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 선구안과 컨택에 초점을 맞추는 까다로운 타자들이 많지 않은데다 대부분의 라인업을 우타자들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중심 타선과 대런 얼스태드-아담 케네디와의 승부에 신중을 기한다면 충분히 첫 승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당쇠’ 바톨로 콜론
2선발의 중책을 맡고 있는 박찬호는 일정상 에이스급 투수들과의 승부가 불가피하다. 이번 대결 역시 마찬가지. 첫 번째 등판에서 ‘능구렁이’ 마크 멀더를 만났던 박찬호는 바톨로 콜론이라는 거물급 투수를 다시 한 번 상대해야 한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콜론은 빅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파워 피처. 시종일관 90마일 후반대의 스피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100마일이 넘는 광속구도 심심치 않게 뿌려댄다. 최근 들어 직구 구속을 감소 시키는 대신, 제구력과 오프스피드 피칭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의 패스트볼은 여전히 최정상급이다.
직구와 더불어 체인지업과 제구력도 콜론의 위력을 배가시킨다. 과거 클리블랜드 시절의 콜론은 가능성만 존재했을 뿐, 특급 투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2002시즌부터 콜론은 오프 스피드 피칭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힘이 아닌 요령으로 타자들을 무너뜨렸고, 제구력도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 2002시즌 기록한 20승, 2003시즌 소화한 242이닝, 애너하임과의 4년 계약(5100만 달러)은 특급 투수로 성장한 콜론이 쏟아낸 결과들이다.
콜론과의 대결이 부담스러운 또 다른 이유는 12일 경기가 낮에 열린다는 점. 콜론은 2002시즌 이후 낮 경기에서 14승 1패를 기록할 정도로 유독 낮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첫 승을 기록했던 시애틀전도 낮 경기로 펼쳐졌다.
주요 체크 포인트
1. 직구 구속
첫 등판에 이어 이번에도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볼 사항은 직구 구속이다. 지난 등판에서 최고 94마일을 기록했지만,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이번 등판에서도 91~94마일의 스피드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박찬호의 재기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2. 커브의 각도와 스피드
첫 경기의 이슈가 투심이었다면 이번 경기는 커브가 될 것이다. 애너하임의 라인업에 재능있는 우타자가 많음을 감안하면 박찬호의 커브 구사 비율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커브의 각과 스피드가 어느 정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승패의 관건이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박찬호는 큰 각을 그리는 느린 커브와 날카롭게 꺾이는 빠른 커브를 구사한다. 첫 경기에서 합격점을 받긴 했지만, 주무기인 빠른 커브는 여전히 다저스 시절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12일 경기는 커브에 초점을 맞추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첫 등판에서의 호투는 많은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박찬호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에게 시원한 단비를 내려줬고, 코칭 스태프와 동료들에게는 믿음을 안겨줬다. 이제는 이러한 상승세가 하루 빨리 승리로 연결되어야 한다. 계속된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리라는 결과가 뒤따르지 못한다면 자칫 슬럼프에 빠져들 수도 있다. 1년 가까이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있는 박찬호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