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마니아칼럼]꽃미남과의 한판 승부

한반도를 들썩이게 했던 첫 번째 등판. 그날의 투구는 박찬호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투구 내용이었을까?

박찬호의 두 번째 등판을 봤던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불안함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무너진 투구 밸런스와 날카로운 맛이 없는 커브, 한 번의 위기에서 급격하게 무너지는 집중력 부족까지… 부활을 선언하기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아쉬운 등판이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실망하기에 이르다. 박찬호는 2경기를 통해 컨트롤이 눈에 띄게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계속해서 좋은 몸 상태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다음 상대팀은 최악의 시즌(2승 7패)을 보내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 상대 투수 또한 에이스인 제이미 모이어에서 5선발인 길 메쉬로 바뀐 상태다.

승리에 목말라 있는 박찬호로서는 첫 승을 기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

과연 박찬호는 모처럼 다가온 기회를 잡고 1년 가까이 기다려온 승리의 감격을 누릴 수 있을 것인지, 17일 있을 對 시애틀전을 미리 살펴보도록 하자.

테이블 세터진을 봉쇄하라

1. 이치로 스즈키(RF)

2. 존 올러루드(1B)

3. 에드가 마르티네스(DH)

4. 브렛 분(2B)

5. 라울 이바네스(LF)

6. 리치 오릴리아(SS)

7. 랜디 윈(CF)

8. 댄 윌슨(C)

9. 윌리 블룸퀴스트(3B)

시애틀은 빅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조직력의 팀이다. 슈퍼 스타와 대형 거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팀 배팅이나 기동력으로 점수를 뽑아내는 그들의 공격력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

이런 시애틀의 조직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1, 2번을 맡고 있는 이치로 스즈키와 존 올러루드의 출루를 최소화해야 한다. 지난 시즌 챔피언인 플로리다, 첫 대결을 펼쳤던 오클랜드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조직력을 갖춘 팀은 1, 2번이 경기를 풀어간다.

시애틀 역시 마찬가지. 오프 시즌 동안 연 평균 1000만 달러가 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한 이치로와 최근 들어 2번 타자로 올라선 존 올러루드는 시애틀 공격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두 선수는 박찬호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의 선수. 이치로와 올러루드는 타격왕을 차지했을 만큼 정교한 타력을 자랑하는데다 까다로운 좌타석에 들어선다. 이치로와 올러루드의 출루를 막아낼 수 있다면 승리를 기록하는 것은 시간문제나 다름없다.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은 많지 않지만, 박찬호는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파파 마르티네스-브렛 분-라울 이바네스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찬스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고, 랜디 윈이 이끄는 하위 타순도 수준급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꽃미남 길 메쉬

시애틀은 에이스 제이미 모이어를 대신, 길 메쉬를 17일 경기의 선발 투수로 내정했다. 멀더와 콜론 같은 에이스급 투수들과 선발 대결을 펼쳐야 했던 박찬호로서는 메쉬가 선발 등판함에 따라 한결 여유로운 상태에서 공을 뿌릴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메쉬의 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시즌을 통해서야 진정한 빅 리거로 자리매김했지만 메쉬는 마이너시절부터 명성이 드높았던 특급 유망주.

메쉬는 199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2위의 순위로 시애틀에 입단했고, 이듬해 입단한 ‘제 2의 랜디 존슨’ 라이언 앤더슨과 함께 팀의 원투 펀치를 맡을 것으로 엄청난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앤더슨과 메쉬는 계속된 어깨 부상으로 추락의 길을 걸었고, 프레디 가르시아와 조엘 피네이로 등에게 선발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렇지만, 메쉬는 쉽사리 주저앉지 않았다. 오랜 재활 과정을 견뎌낸 메쉬는 다시 예전의 구위를 회복하는데 성공했고 지난 시즌에는 당당히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 커리어 하이인 15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겨우 20살의 나이에 데뷔했기 때문에 아직도 25살에 불과한 메쉬는 90마일 중반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수준급의 커브를 주무기로 구사한다. 어린 투수답지 않게 안정된 제구력을 갖추고 있으며 경기 운영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경기 후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것과 많은 홈런을 허용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주요 체크 포인트

1. 좌타자와 셋 포지션

17일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좌타자들과의 승부. 빠른 커브를 앞세워 좌타자들을 상대하는 박찬호는 커브와 직구가 여전히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투심과 체인지업을 첫 경기만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며 두 구질이 위력을 발휘해야만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셋 포지션에서의 투구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찬호는 지난 애너하임전에서 독특한 셋 포지션을 선보였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17일 경기에서도 같은 동작을 반복할 것인지, 아울러 새로운 셋 포지션에서 얼마나 주자를 효과적으로 묶을 수 있을지는 중요한 체크 사항이다.

2. 야수들의 지원

박찬호를 타자들이 얼마나 도와줄 수 있느냐의 여부도 주요 체크 사항. 초반이긴 하지만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팀을 상황에서도 젊은 보안관들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찬호에겐 야수들의 활발한 공격, 안정된 수비, 과감한 주루 플레이가 절실하다.

오클랜드, 애너하임전에 이은 시즌 세 번째 등판. 지난 두 차례의 등판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는데는 성공했지만, 박찬호는 아직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앨링턴 파크가 아닌 세이피코 필드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공격적인 피칭으로 자신감 있게 투구한다면 1년을 기다려온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박찬호의 첫 승, 이치로와의 대결 등 많은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는 시애틀과의 경기는 17일 오전 11시(한국 시간)에 시작된다.

임동훈 동아닷컴 스포츠리포터 arod7@mlb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