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마라도나에 대한 단상

  • 입력 2004년 4월 21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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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선언한후 눈물을 흘리는 마라도나
은퇴를 선언한후 눈물을 흘리는 마라도나
지난 19일(한국시간) 자신의 과거 소속 팀 보카 주니어스의 경기를 지켜보다 심장마비로 쓰러져 중태에 빠졌던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43)가 다행히 병세가 호전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라도나의 주치의인 스위스-아르헨티나 병원의 알프레도 카예 박사는 21일(한국시간) "마라도나가 여전히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고 심장과 폐에 문제가 있다"며 "분명히 상태가 나아지고는 있지만 장기간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6년 조국 아르헨티나에 월드컵 우승을 안기면서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마라도나는, 97년 은퇴이후 코카인 중독에 빠져 온갖 구설수에 휘말렸고 최근에는 쿠바에서 약물 중독 치료를 받으면서 생활해 왔습니다.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국내 축구팬들에게 '마라도나'라는 이름이 각인된 것은 아마 86년 멕시코 올림픽 때였을 거라고 봅니다. 이 오래된 흑백 사진이 기억 나시나요?


86년 6월 3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멕시코월드컵 본선 1회전에서 허정무 선수가 마라도나에게 심한 파울을 하는 장면입니다. 로이터통신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한국의 김용세 선수에게 파울을 당하고 있다'(Argentina's Diego Maradona is fouled by South Korea's Kim Young-Se)라고 캡션을 달아놓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반칙을 하는 선수는 허정무 선수인 것 같습니다. 김용세 선수는 우측의 키 큰 선수가 맞으니까요. 당시 해외언론들이 '한국의 축구는 축구가 아니라 태권도'라고 썼던 기억도 납니다. 당시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한국은 오직 마라도나 만을 견제하려 했지만, 유유히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그에게 혀를 둘렀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마라도나 자신이 은퇴후 방탕한 생활을 한 탓에, 그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립니다. 그러나 '축구'에 관한한 마라도나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0년 마라도나를 '축구황제' 펠레와 함께 사상 최고의 축구선수로 선정하기도 했으니까요.

또 현재 마라도나가 입원해 있는 중환자실에는 부친 디에고와 전처 클라우디아, 두 자녀가 회복을 기원하고 있으며 병원 앞에도 팬들이 '디에고'를 외치며 쾌유를 바라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마라도나가 마이크 타이슨(복싱), 존 댈리(골프), OJ심슨(미식축구)과 같이 몰락한 스포츠 스타의 대열에 끼지 않고, 축구와 함께 나머지 멋진 인생을 설계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동아닷컴]


마라도나가 입원해 있는 스위스-아르헨티나 병원앞에서 그의 쾌유를 빌고 있는 축구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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