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위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10개 월드컵경기장만 해도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축구를 좋아하고 월드컵 4강 신화 때 열광했던 야구인들조차 대회가 끝난 뒤 한동안 문을 닫고 있는 일부 월드컵경기장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문다.
야구가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지만 아직 돔구장 하나 없어 한국시리즈 때면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찬 3만 관중과 선수들이 추위에 벌벌 떨어야 한다. 90년대 중반엔 LG가 뚝섬 돔구장을 추진했다가 성사 직전 외압(?)에 밀렸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전엔 각 구단이 자체 예산을 책정해 전용구장 건립에 팔을 걷어붙였다가 각종 규제에 막혀 주저앉았다. 그러니 번듯하게 들어선 축구 경기장을 보면 부아가 날 만도 하다.
이런 마당에 20일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돼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프로야구 토토’의 매출액 중 10%가 월드컵 구장 건립 충당금으로 들어간다는 소식은 야구인들을 더욱 열받게 하고 있다.
야구와 토토사업은 엄연히 별개이니 정부에서 밀어붙이면 어쩔 도리가 없겠지만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월드컵 구장 건립 당시 많은 야구인들이 야구도 할 수 있는 다목적 구장 건설을 희망했지만 묵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 뒷감당이나 하라고?
4경기에서 다득점할 3팀을 맞추는 3복승식과 3쌍승식을 기본 틀로 정한 것도 경우에 어긋난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와는 달리 비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경기. 갑자기 비로 취소경기가 나오거나 다음날로 연기돼 연속경기가 열릴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좀 더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방안은 없는지 야구 전문가 집단에 자문해야 옳았다.
프로야구는 축구나 농구보다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야구 토토’는 관심도 높을 것이다. 스포츠 토토가 뒤늦게 야구를 끼워 넣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게다. 해답은 간단하다. 지금부터라도 야구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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