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말린스가 3-0으로 앞선 1회 1사. ‘빅초이’ 최희섭(25·플로리다)이 타석에 들어섰다. 전날 시즌 처음으로 2경기 연속 스타팅 라인업에서 빠져 위기의식을 느낀 터.
이날 선발 1루수에 5번 타자로 출전한 그는 뭔가 보여줘야 했다. 게다가 경기가 열린 곳은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 해발 1600m가 넘는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공기 저항이 적어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가기에 붙은 별명이다.
큰 것 한 방을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최희섭은 콜로라도 로키스 오른손 선발 스콧 엘라톤의 2구째 구속 142km짜리 가운데 높은 직구를 힘껏 받아쳤다.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우중간 담장 너머 127.7m 지점에 떨어졌다. 16일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렸던 몬트리올과의 원정경기 4회에 2점 홈런을 기록한 뒤 11일 만에 맛본 대형 아치였다.
최희섭은 27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원정경기에서 1점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리는 활약으로 팀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6호 홈런을 장식하며 자신의 월간 최다홈런 기록도 갈아 치웠다. 종전 최다는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뽑아낸 5개. 시즌 타율도 올 정규시즌 들어 가장 높은 0.294까지 끌어올렸다
최희섭의 멋진 수비 / 랜디 존슨-리치 섹슨 '거인 만세'
쿠어스필드는 지난해 4월 27일에도 좌월 2점 홈런을 날린 곳. 최희섭은 현지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두 게임에 선발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느낀 게 있었다. 내 타격이 뭔가 불안했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잘 치면 바로 기회는 생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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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 시즌 6호 홈런(화면출처:MBC-ESPN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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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아쉽게 1루 땅볼로 물러난 최희섭은 6회초 선두타자로 나간 세 번째 타석에선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방망이가 부러지며 오른쪽 안타를 뽑아냈다. 8회초 2사 후 맞은 네 번째 타석에선 시즌 처음 몸에 맞는 공으로 1루를 밟았다.
수비에서도 최희섭은 2회말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파울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냈고 8회말엔 유격수가 역동작으로 던져 원바운드된 공을 깨끗하게 아웃 처리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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