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마니아칼럼]찬호 구위-자신감 어디로 갔는가?

  • 입력 2004년 4월 30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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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전령사, 파랑새는 박찬호를 외면하는가.'

올 시즌 재기에 안감힘을 쏟고 있는 박찬호가 연속된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30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원정경기 대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출장한 박찬호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강판당해 재기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날 경기에서 4.1이닝을 던지고 시즌 2승째 도전에 실패한 박찬호는 7피안타(1피홈런 포함) 6실점(4자책) 2볼넷 4탈삼진을 기록, 종전의 평균자책(방어율) 5.19보다 다소 높아진 5.64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에 실패한 것이다.

지난 애너하임전 경기 리뷰 칼럼을 쓰면서 박찬호의 눈높이를 낮출 것을 주문한 적이 있다. 박찬호의 현재 구위로 봐선 퀄리티 스타트의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블로운 스타트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블로운 스타트(Blown Start)'는 선발투수가 5이닝 미만의 투구로 5실점 이상을 허용하는 투구를 의미하는데 캔자스시티전에서 보여준 박찬호의 투구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박찬호의 문제점과 아울러 집중적으로 언급할 예정이다.

경기 전 간략한 예상- '창 vs 창의 맞대결'

왼쪽 사타구니 부상으로 갑자기 상대 선발이 데럴 메이에서 LA 다저스 시절 전 동료 데니스 레이예스로 바뀐 게 박찬호 입장에선 오히려 다행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 하지만, 문제는 상대 투수가 누구냐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창 vs 창의 맞대결'이 예상되었다는 점이다. 즉, 이날 승리는 자신의 투구 내용에 달린 문제일 뿐, 상대 투수가 누가 되느냐 여부는 부수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었다.

2004시즌 다이나마이트 타선을 자랑하는 텍사스는 팀 타율 .314로 아메리칸리그 팀 타율 선두를 질주하고 있으며 캔자스시티는 팀 타율 .287로 텍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에 이어 리그 팀 타율 3위에 올라있다. 반면, 팀 홈런은 28개를 기록한 캔자스시티가 텍사스(24)에 앞서 있다. 두 팀의 승부는 어차피 경기 전 난타전이 이미 예상된 상황. 5점 내지 6점 이상에서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그재그 타격쇼 시범

막강 화력을 지닌 양 팀에서 먼저 화력 시범을 보인 쪽은 캔자스시티. 캔자스시티는 1회 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스위치 본즈' 카를로스 벨트란이 박찬호의 제 2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커프만 스타디움의 우측 펜스를 넘기는 시즌 9호 솔로 홈런을 터트려 1-0으로 앞서나갔다.

1회 벨트란에게 마수걸이 홈런포를 허용한 텍사스. 아메리칸리그 타격 1위의 자존심은 2회 초에 곧바로 완전 복구를 시도했다. 선두타자 마크 텍세이라가 중전안타로 포문을 연 뒤 6번 케빈 멘치와 7번 에릭 영이 나란히 범타로 물러나 무사의 좋은 기회가 무산되는 게 아닌가 우려했지만, 텍사스의 화력 시범은 2사 후 시작됐다.

그 중심에는 역시 '찬호 도우미' 랜스 닉스가 서있었다. 닉스는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3루타로 첫 타점을 기록, 1-1 동점을 만든 후 8번 로드 바라하스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순식간에 3-1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홈팀 캔자스시티도 텍사스의 화력 시범을 좌시하지는 않았다. 3회 말 선두타자 토니 그라파니노가 3루 베이스 옆을 관통하는 2루타로 추격의 물꼬를 튼 뒤, 벨트란의 예술적인 기습번트 안타로 무사 1,2를 만든 뒤 마이크 스위니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추격, 2-3으로 따라붙었다.

이후 4번 맷 스테어스의 1루수 강습타구를 포구, 3-6-3의 병살을 시도하던 텍세이라의 2루 악송구로 무사 만루의 위기가 박찬호를 엄습했다. 하지만, 냉정을 되찾은 박찬호가 하비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조 랜다의 희생플라이로 추가 득점, 3-3 동점을 만들었다.

4회 초에는 다시 텍사스의 화력 시범. 선두타자 에릭 영의 우전적시타로 다시 1점을 도망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연 이은 캔자스시티의 4회 말 반격에서 벨트란의 중견수 뒤쪽 깊은 희생 플라이때 3루주자 켈리 스티넛이 홈을 밟아 다시 4-4 동점을 만들며 경기 중반 안개정국을 예고했다.

5회 초 텍사스의 공격에서 소리아노의 희생플라이로 마이클 영이 홈인, 5-4로 앞서나갔지만 조 랜다의 희생플라이와 스티넛의 1타점 적시타를 묶어 또 다시 캔자스시티가 6-5로 재역전, 경기 승부 향방을 점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갔다.

6회에도 양팀은 한 점씩을 사이좋게 주고 받아 7-6으로 캔자스시티가 9회 초까지 박빙의 리드를 잡았지만 9회 승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등판한 커티스 레스카닉이 마이클 영에게 중월 동점포를 맞은 뒤, 2사 3루 상황에서 브래드 풀머에게 극적인 투런 홈런을 허용해 7-9로 재역전당해 엎치락 뒷치락하던 경기를 텍사스에 내주고 말았다.

찬호의 성공 - '제 2의 빅 허트' 켄 하비

'제 2의 빅 허트(프랭크 토머스의 애칭)'로 불리는 켄 하비는 올 시즌 캔자스시티의 간판타자로 급부상한 신예다. 29일 현재 타율 .421로 아메리칸리그 타격 2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하비는 지난 3월 7일에 열린 올 스프링 트레이닝 첫 시범 경기에서 이미 박찬호와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박찬호는 당시 3이닝을 던져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었는데 그 1점을 뽑아낸 타자가 바로 하비였다. 하비는 1회 초 공격에서 박찬호로부터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내 박찬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페넌트 레이스에서 하비를 상대한 박찬호는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였다. 첫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하비를 잡아낸 박찬호는 3회 말 1사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하비를 브레이킹 볼로 헛 스윙 삼진으로 낚아내 2004시즌 초반 '하비 센세이션'을 완벽하게 차단시켰다.

하비는 스트라이드 없이 임팩트를 가하는 독특한 타격 자세를 지니고 있다. 제프 백웰(휴스턴 애스트로스)식의 기마 자세에서 다소 변형됐지만 스트라이드 없이 상체의 회전만으로 타격을 한다는 점은 유사하다. 게다가, 하비의 배트 스피드는 이미 메이저리그 정상급에 올라와 있다.

일반적으로 스트라이드없이 임팩트를 가하는 경우 배팅 파워는 다소 감소하지만 타격의 정밀도는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하비가 올 시즌 초반 로니 벨리어드(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타격 선두를 다투고 있는 것도 안정된 하체를 이용한 독특한 타격 자세에 기인하는 바 크다.

찬호의 실패 - '스위치 본즈' 카를로스 벨트란

이날 경기에서 박찬호가 캔자스스티 라인업 중 가장 큰 실패를 한 선수는 바로 '스위치 본즈' 카를로스 벨트란이다. 가장 요주의 경계 대상 1호였음에도 불구, 1회 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선제 솔로포를 허용한 박찬호는 애너하임전에서의 트로이 글로스에게 맞은 대포 한방의 쓰라린 추억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벨트란의 '박찬호 흔들기'는 다양한 스킬로 전개됐다. 이후 3회 말 두번째 타석에서는 빠른 발과 정교한 방향 선정으로 내야 번트안타를 기록, 세기(細技)를 필요로 하는 테크닉도 겸비한 슬러거란 사실을 박찬호에게 과시하며, 기죽은 박찬호에게 큰 심적 데미지를 입혔다.

4회 말 세번째 타석에서는 다시 중견수 깊숙한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스티넛에게 홈의 문호를 완전히 열어제쳐, 박찬호의 블로운 스타트를 기록케 한 주범(?)이 된 셈. 물론, 리드오프 토니 그라파니노와 3번 마이크 스위니도 주범 벨트란의 앞뒤 타석에서 연결고리를 만들어 박찬호를 회생불능의 그로기상태로 몰고간 공범임에 틀림없다.

구위와 자신감, 두 Stuff를 모두 상실한 찬호

올 시즌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줘 국내팬들에게 부활의 메시지를 그의 미소로 대신했던 박찬호. 하지만, 카우프만 스타디움의 마운드에 선 박찬호는 첫 투구부터 5회 말 벅 쇼월터 감독에게 볼을 건네고 강판당할 때까지 미소도 자신감도 보여주지 못했다.

마운드에 선 박찬호의 모습에서 읽을 수 있는 점은 '글루미 팩(Gloomy Park)'일 뿐, 다저스 시절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박찬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2002시즌과 2003시즌의 박찬호 모습이 연상될 정도.

투구도 힘이 없기는 마찬가지. 릴리스 시점에서 채주기보다는 미는 듯한 딜리버리를 자주 보여주였다는 게 큰 걱정거리다. 이는 벨트란에게 허용한 홈런처럼 실투성 큰 타구를 언제든지 허용할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점과 연결되며 향후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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